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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얼굴좌문철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논설위원
좌문철
입력 2018-07-22 (일) 14:47:33 | 승인 2018-07-22 (일) 17:22:41 | 최종수정 2018-07-22 (일) 17:22:41

이따금 신문, 잡지 등에 실리는 얼굴들을 보며,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볼 때가 있다.  아는 사람이긴 한데 사진의 얼굴이 왠지 긴가민가해서다.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도 막상 사진을 찍을라치면 갑작스레 긴장을 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이래서 인물사진이 자연스럽기로는 본인이 찍히는 줄 모르는 캔디드샷(candid shot)이나 스냅샷(snap shot)이 제격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품위 있게 쓰일 사진은 으레 사진관 명함판이어야 되는 줄 안다. 잘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근엄한 표정하며, 얼굴과 어깨는 사진사의 두 손에 의해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든 각도가 약간쯤 뒤틀려 진 구도에다, 입가에는 계면쩍은 미소까지 띄는 그런 사진 말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지금은 여권사진에나 약간의 규제가 있을 뿐, 대개는 그다지 연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지난 6?13 지방선거 포스터들을 대충 기억하시는가. 그 면면들은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후보자 나름의 캐릭터를 나타내었다. 어디 그뿐이랴. 요즘은 장례식장에도 가보면,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런 모습의 영정을 대하기가 그리 드물지만은 않은 편이다. 예전에야 어디 감히 경박스럽게 캐주얼한 차림에 미소 띤 영정사진을 볼 수가 있었던가. 

일반적으로 사진 분야에서 인물은 비교적 어렵고 까다로운 장르에 속한다. 인물사진은 가시적 입체감을 넘어, 내면적 캐릭터까지를 담아내고자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드러난 주름으로 나이나 생활형편을 표현하는 것쯤이야 대수랴마는, 얼굴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스케치해내기란 다분히 주관적이며 추상성이 짙어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수준의 이미지 메이킹은 가히 예술의 경지를 넘나든다. 이처럼 한 사람의 얼굴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도, 시쳇말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리만치 다양한 이미지 요소가 배어있다. 그러기에 얼굴은 한편의 인생 드라마라 해도 그리 지나침이 없으리라. 

그러면 얼굴은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가. 흔히들 20대까지의 얼굴은 부모가 만들고, 3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만들며, 6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식들이 만든다고 한다. 단순해 뵈지만 곱씹어볼만한 말이다. 그러니까 유아 청소년기의 얼굴에는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지고, 인생의 황금기라 할 청장년 중년기의 얼굴은 곧 자기 삶의 투영이며, 삶의 에너지가 거의 소진되어가는 노년기의 얼굴에서는 자식들의 모습이 함께 읽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얼굴은 곧 '자신의 거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거울은 아무리 잘 만든다 할지라도 보이는 모습만을 비춰줄 뿐이지만, 얼굴은 가려지고 감춰진 인생의 깊은 자리까지도 두루 비춰주는 거울인 것이다.  

어느 날 링컨 대통령이 친구가 추천하는 유능한 젊은이가 있어 한번 만나보았다. 만나고 보니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 마뜩치 않았다. 얼굴이야 부모의 책임이지 않느냐는 친구에게, 나이 40에 이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유능해 보이긴 하나 그의 얼굴에서는 덕을 찾아볼 수 없었고, 게다다 성경은 한 줄도 읽어보지 않은 듯한 느낌이어서 발탁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링컨은 젊은이의 얼굴에서 외모만이 아니라 가려진 인격까지를 읽었던 것이다. 미상불 나이 40줄에 이르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건 우리에게도 이미 상식이다. 

학술적으로는 논란이 있다지만, 대개는 얼굴의 어원을 '얼과 꼴'로 본다. '얼'은 정신이요 '꼴'은 모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굴은 곧 그 사람의 '정신 상태'인 셈이니, 의미가 있다. 아무튼 간에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얼굴, 나다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아! 어느새 내 나이도 40의 두 겹과의 상거가 그리 아득하지만은 않은 터, 내 얼굴은 두 겹은 언감생심, 한 겹이나마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자못 두려워진다. 

좌문철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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