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이지만 1994년은 유달리 많은 사건이 있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가 있었다. 또 온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지존파 사건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 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1994년의 폭염 일수(전국 45개 지점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일수)는 31.1일로 최근 30년간 가장 길었다. 기상 관측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지난 18일 낮 최고 기온이 5년만에 40도를 넘어서면서 열사병과 일사병 등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온열 질환 사망자수가 30명을 넘었고 노약자 등 1만여명이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도 기록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최고 기온이 42.2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퀘백주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주민이 8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퀘백지역은 매일 최고 31~35도의 고온이 이어지고 있으며 습도까지 높아 체감 온도가 45도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위치한 북유럽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로 전국에서 수백건의 산불이 발생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북반구 전역에 찜통더위가 나타난 것은 뜨거운 고기압 기단이 북반구 전체를 솥뚜껑처럼 덮어 열을 가두는 '히트돔(heat dome, 열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기상 전문가들도 이런 히트돔 현상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사이클이 망가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큰 비 소식도 없고 붙볕더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낮 최고기온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날도 많아지고 있다. 유난히 짧은 장마에 장기간 폭염으로 자칫 올해가 1994년을 넘어서는 사상 최악의 더위로 기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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