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김녕사굴 전설과 아기장수 설화, 설문대할 이야기 등을 한데 묶어 국문과 영문으로 된 단행본 「제주의 신화전설」을 냈던 김순이 시인이 이번에는 「제주의 여신들」을 펴냈다.

 제주대 객원교수인 한진이씨 영역을 곁들여 국문과 영문으로 낸 「제주의 여신들」은 제주신화의 중심에 선 여신 7명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대지의 여신 자청비’‘아기의 수호여신 삼신할망과 죽음의 여신 저승할망’‘송당의 여신 백조할망’‘뱀의 여신 토산한집’‘사랑의 여신 산방덕이’‘무당의 시조를 낳은 처녀여신 자지명왕 애기씨’가 그것.

 자청비는 진정한 사랑과 이 땅에 오곡의 씨앗과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준 신이며, 삼신할망은 인간 세상에 아기를 잉태시켜 주고 보호해주는 명진국 따님 이야기다. 저승할망은 태어나서 잘 자라지 못하고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단명한 아기들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동해용왕 딸이다. 백조할망은 제주도 무신들의 어머니로 송당 본향당신이며, 자지명왕 애기씨는 무당의 시조인 아들 삼형제를 낳은 처녀여신이야기다.

 이렇듯 제주의 신화 속의 여성신은 인간 세상에 영험을 주는 권능을 가지면서도 너무도 인간적이고 친근함이 느껴진다.

 엮은이 김순이 시인은 “제주의 여신들은 이 땅에 오곡의 씨앗을 가져오고,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줬으며 아기를 낳고 기르며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방법을 가르쳐준 문화영웅이다”이라고 평가했다.

 부모의 미움을 받아 집을 떠나기도 하고, 남편과의 갈등으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자식을 잃어 가슴을 쥐어뜯기도 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로, 그들의 용기와 자유와 창조의 정신이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김 시인은 주목한다.

 ‘제주어’를 군데군데 버무려낸 감칠 맛 나는 문체와 어려운 본풀이를 쉽게 쓴 문장력이 독자들의 책 읽기를 부추긴다. 제주문화,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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