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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치는 '거리'에 있었다"
김봉철 기자
입력 2018-07-23 (월) 19:55:55 | 승인 2018-07-23 (월) 19:58:11 | 최종수정 2018-07-24 (월) 18:08:45
최근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 17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의 꽃서점 디어마이블루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인문의 창(窓)으로 세상 읽기' 「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작가
조선시대 남루한 거지이자 민초 위해 평생 희생한 달문의 삶 주목
"재력·학력보다 중요한 지혜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

최근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 17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의 꽃서점 디어마이블루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본다는 것은 학식이나 권위에 있지 않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찾는 삶의 지혜는 곧 '거리의 지혜'였다"

김탁환 작가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의 꽃서점 디어마이블루에서 북콘서트를 갖고 독자들과 만났다. 김 작가는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의 주인공 '달문'을 우리 시대에 비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화두를 넌지시 던졌다.

「이토록 고고한 연예」에 등장하는 '달문'은 연암 박지원의 첫 단편집 「방경각외전」에 수록된 '광문자전'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다.

조선시대에 평생을 거지로 지냈지만 당시 세상은 그를 "조선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라며 '세상 이치에 통달했다' '이치를 넓게 안다'는 뜻의 '달문'(達文) 또는 '광문'(廣文)이라 불렀다. 
작가가 그의 삶에 주목한 이유는 달문이 따스한 휴머니즘 속에서도 다양한 '반전 매력'을 갖고 있는 흔치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달문은 평생을 청계천 수표교 밑에서 노숙한 거지 무리의 왕초이면서 현재로 따지면 500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어려운 백성들에게 아낌없이 내놓은 조선시대 최고의 기부자"라며 "우리 시대에서는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고 권정생 작가가 그와 비슷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가난은 무엇이고 부자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최근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 17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의 꽃서점 디어마이블루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달문의 또 다른 면모는 외모를 초월한 매력에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달문이 온다' 하면 아이도 울음을 그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추남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춤추기 시작하면 종로거리가 텅 빌 정도로 최고의 춤꾼이자 광대였다"며 "가장 추한 거지가 지팡이를 들고 춤추는 가장 아름다운 철괴무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달문은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말그대로 '일자무식'이었지만 사람들은 고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그를 찾아 지혜를 빌리곤 했다.

작가는 "달문은 글로 쓰지 않는다. 오직 살아갈 뿐"이라며 "내 고향 진해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80세 할머니로, 학교라고는 가본 적 없는 분이셨지만 시장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그 할머니에게서 조언을 얻어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 달 째 말없이 청소하고 분향소를 지키며 유족들을 돕던 이들을 만났는데, 누구시냐 여쭈니 '그저 안타까워서 왔다'는 말 뿐이었다"며 "훌륭한 소재를 두고도 고민하던 내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고 밝혔다.

한편 55권의 소설중 53권이 장편소설일 정도로 긴 호흡에 익숙한 김탁환 작가의 작품들은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제주 방문은 '김탁환의 전국제패 시즌 2' 북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로 이뤄졌다. 

최근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 17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의 꽃서점 디어마이블루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 후, 독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봉철 기자

김봉철 기자  bc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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