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까지 중앙정가에서 늘 ‘왕따’를 당해왔다.

 제주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공천한 정당후보를 ‘물’먹이고 무소속 후보들을 여의도로 보낸다는 게 중앙 정치권의 불만이었다.이같은 현상을 달갑지 않게 봐왔던 일부 정치인들로부터는 “제주도민들은 도대체 정당정치를 할 줄 모른다”는 혹평을 받아오기까지 했다.

 겉으로 볼 때 제주는 정당정치를 외면한 ‘무소속’의 섬이었다.

 지난 78년 총선에서부터 96년 15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여섯 차례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뽑힌 15명의 의원 중 무소속이 9명으로 정당소속은 6명에 불과했다.

 특히 81년 11대 총선(현경대 강보성),92년 14대 총선(현경대 양정규 변정일)은 무소속의 독무대였다.88년 13대 총선도 강보성후보(민주당)를 제외하면 고세진 이기빈 후보 모두 무소속이었다.심지어 지방선거까지 제주에서는 무소속 강세였다.

 지방 정가와 학계에서는 제주도민의 무소속 선호현상의 가장 큰 이유를 ‘4·3의 피해 탓에 어느 특정정파에 쏠리지 않으려는’정서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이 민의를 읽지 못하고 낙하산식 공천으로 일관해,결국 유권자로부터 외면 당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여기에다 이리저리 둥지를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인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가 나란히 당선돼 무소속 신화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더니 지난 98년 6·4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당선자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그렇다면 16대 4·13총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준비중인 예비후보는 13명.이중 무소속 후보는 제주시선거구의 양승부 김용철씨와 북제주군선거구의 김창진 조현필씨 4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중 조현필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예비후보가 기존 정당에 조직책 및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무소속으로 전향한 점을 감안하면 무소속 퇴조는 완연한 셈이다.

 특히 선거법이 정당위주로 개정돼 정당후보의 선거운동은 확대하는 반면,무소속 후보의 입지는 줄어들어 그만큼 어려운 선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의 주장은 다르다.

 제주시선거구에 나서는 김용철 회계사는 “총선연대가 주도하고 있는 공천반대·낙선운동이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기존 정치권이 불신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제,“여야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더 나은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이번 4·13 총선에서 무소속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천년을 여는 이번 4·13총선이 정당정치가 착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소속 후보들의 어느 만큼의 돌풍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이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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