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대한민국 청년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거창한 목적은 아니다. 올레길을 걸으러 오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의 상실과 절망에 가슴 아팠고, 그들의 절망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일자리만 놓고 본다면, 지금의 20대보다는 조금 더 복 받았던 세대인 우리 선배 세대들이 후배들에게 희망의 디딤돌이라도 놓아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대기업과 수도권만 놓고 본인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에게 다른 길이 있고, 그 다른 길로 가는 디딤돌 하나 놓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지난 11년 동안 올레길을 통해 제주도 곳곳을 들여다보면서 지방이야말로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참이기도 했다.  IT 융·복합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드론 등의 첨단기술을 1,2차 산업에 접목해야 하는데 현재 지방 인력만으로는 벅찬 현실이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기회는 생각보다 많고, 농대를 졸업한 청년 농업인의 수입이 도시근로자의 1.5배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는데 청년들은 왜 지방에서 미래를 찾지 않는 것일까. 올해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외식업 전문 사회적 기업 (주)오요리아시아와 손잡고 '청년 활동가 양성 사업'과 '내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이다.  

'청년 활동가 양성 사업'으로는 지역 자원 보전과 사회적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 45명을 선발해 보름동안 제주에 머물게 했다. 청년들은 제주에 머물며 제주 문화와 환경, 자원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청년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제주와 지역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가 되었으며 특히 스스로의 인생에 열정과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과정을 수료한 청년 가운데 몇몇은 제주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 '청년 활동가 사업'이 청년들로 하여금 지방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지방에도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만 더 많은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려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늘어나야겠다는 현실도 깨닫게 했다. '높은 연봉이라면 회사 인간으로 살아도 감수하겠다'는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연봉 못지않게 근무환경을 고려한다.

임금 외에도 복리후생 제도, 사회적 평판, 근무환경 등을 따지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업 환경도 유연해지고 업그레이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식당 창업 프로젝트'는 식당 창업을 계획한 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자 기획했다.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물론, 실전을 위한 식당 공간과 운영 기회까지 제공한다. 개인사업자 단순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이 평균 80%에 달하는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만은 없지 않은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내식당 창업 프로젝트에는 청년 쉐프 5개팀 8명이 선발됐다. 그 가운데는 이미 식당 창업을 해봤으나 흑자 도산한 청년도 있었다. 고객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식당은 성업이었으나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본인 손에는 남는 게 없었다. 운영 노하우를 몰랐던 그 청년은 망하고 나서야 손님만 많다고 장사를 잘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총 4개월 과정인 내식당 창업 프로젝트에서는 1개월은 외식업 트렌드, 소비자 분석, 회계, 마케팅, 메뉴 개발 캠프 등 창업 교육을, 나머지 3개월은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실전 역량을 강화한다.

제주올레의 이런 시도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창업난에 빠진 청년들에게 희망의 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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