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주인 지혜 담긴 닭제골·닭백숙
원기 보충 여름 보양식 대표 삼계탕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기는 장어·낙지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의약과 음식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별한 약이 없었던 옛날에는 음식으로 몸을 보하고 치료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잘 먹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무더위로 지치고 입맛이 없을 때도 역시 음식에 답이 있다. 여름 보양식에는 더위도 이기고 건강도 지키는 지혜가 담겨있다.

닭제골.

△닭제골과 닭백숙

닭제골은 제주에서도 몇몇 집안에서만 전해지는 전통 보양식이다. 닭제골은 닭을 고아서 떨어지는 증기의 물을 모은 것이다. 닭제골을 만드는 법을 살펴보면 닭의 내장을 모두 꺼낸 후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가득 채운다. 솥에 물을 약간 넣고 빈 뚝배기와 그 위에 대꼬챙이를 걸치고 닭을 얹어 중탕을 한다. 닭의 진국이 모두 뚝배기에 모이는 대신 닭고기는 바삭바삭해져서 맛이 없어진다. 닭제골의 뽀얀 국물은 좀 느끼할 수도 있지만 많은 정성이 들어간 만큼 허약한 사람의 몸보신용으로 좋다고 한다.

또 제주에는 음력 유월 스무날 닭을 잡아먹는 풍습이 있다. 삼복과 달리 이는 농사주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월에 나서 6월 중순까지 약 5개월간(150일) 자란 닭이 육질도 단단하고 훌륭한 맛을 낸다고 한다. 또 이 시기는 여름 농사가 막 끝나 몸이 지칠 때여서 닭백숙으로 몸보신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삼계탕

삼계탕은 닭이 주재료이기 때문에 원래 이름이 계삼탕이었다. 하지만 닭보다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부터 삼계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닭을 사육했다는 역사 기록은 청동기 시대부터지만 삼계탕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문헌에서조차 찾기 힘들다. 조선시대 닭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다. 일제강점기 들어 부잣집에서 닭백숙,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졌다. 지금의 삼계탕 형태는 1960년대 이후,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이후라고 한다.

삼계탕과 닭백숙은 조리법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백숙은 육계(고기용 닭)나 10주령 이상의 2㎏정도인 토종닭을 사용하고 삼계탕은 30일 정도 키운 800g 정도의 영계(어린 닭)를 사용한다.

닭과 인삼은 열을 내는 음식으로 따뜻한 기운을 내장 안으로 불어넣고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큰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보다 황기를 넣거나 차가운 성질인 녹두를 더해 몸 속의 열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 여성은 수족냉증, 생리불순, 빈혈, 변비에 효과가 있는 당귀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어요리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장어는 7~8월이 맛은 물론 영양가가 매우 높다. 장어는 지방과 비타민A 함량이 높아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야맹증 예방과 피부노화 억제 효과가 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인 DHA, EPA가 다량 함유돼 있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어린이 두뇌발달 및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어는 뱀장어(민물장어),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 등 종류도 다양하고 구이, 탕, 회, 샤브샤브, 초밥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낙지볶음.

△낙지요리

무더운 여름나기를 위한 건강 수산물로 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본초서(本草書)」에는 ‘낙지는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보혈 강장효과가 있으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허로(虛勞)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낙지는 타우린, 알기닌, 글리신 등의 단백질이 풍부하며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스태미너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낙지에 다량 함유된 타우린과 히스티딘은 폐 기관 근육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영양이 풍부한 낙지는 산후조리용 음식이나 환자 회복용 음식으로 활용된다. 낙지는 회는 물론 볶음, 전골, 찜, 탕 등 어떤 요리의 재료로 손색이 없다. 

※ 참고문헌=김지순 「제주도 음식」, 허남춘·허영선·강수경 「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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