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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는 눈, 역사책의 묘미
김봉철 기자
입력 2018-07-26 (목) 15:39:08 | 승인 2018-07-26 (목) 15:46:21 | 최종수정 2018-07-26 (목) 15:46:21

바깥 나들이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찜통더위의 한복판이다. 더위와 땀을 피해 실내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책과 함께 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최근 급변하는 세계 정치·경제 지형 속에서 출간된 우리나라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들은 과거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길러준다.

# 어제의 조선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본다
한반도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다. 과거에도, 오늘에도, 미래에도 바뀌지 않는 조건이다. 

그리고 한반도는 주변에서 힘의 교체가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위기를 맞았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이 모두 이런 조건에서 일어났다. 

힘과 야망이 커진 중국이 지역 강국을 넘어 초강대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행보에서 1630년대 이래 청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기우일까.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는 또 다른 격변기를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의 원작을 역사만화가 정재홍씨가 만화로 옮긴 「만화 병자호란 상·하」는 명청 교체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으나 평생을 불안과 자괴감으로 불행하게 살아야 했던 인조, 명에 대한 깊은 원한을 안고 결국 후금 건국이라는 대업을 이룬 누르하치, 그런 누르하치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명의 마지막 희망 원숭환, 평생토록 충성을 바친 고국 조선에 칼을 겨눠야 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한 강홍립 등 시대만큼이나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교차되며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한 역사를 그려낸다.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은 아무리 잘하려 해도 주변상황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보다 나아진 게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수는 오히려 더 많아졌고 이에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나라는 두 동강으로 나뉘어 있다. 이해하기 쉬운 만화로 병자호란의 실패를 뼈아프게 복기하는 이 책이 그 질문에 답을 줄 것이다.창비·각권 1만6800원.

「카이스트, 통일을 말하다」는 시점을 현재로 옮겨 대한민국 싱크탱크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제안하는 단계적 통일 준비 전략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하는 시대에서 때마침 불어온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소식은 '통일'이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새롭고 실감나고 의미심장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30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준비도 본격화해야 한다. 전략은 무엇보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카이스트의 지적이다.

책에는 2048년, 1국가 1체제의 완전한 통일을 목표로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 기관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준비한 단계적 통일 전략이 담겨 있다. 김영사·1만8000원.

# 외부에서 바라본 우리 문학, 우리 역사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윤동주 시인의 묘를 찾는 과정을 계기로 평생을 한국문학 연구에 전념해 온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대표 저작도 마무리돼 눈길을 끈다.

1권 「윤동주와 한국 근대문학」, 2권 「사랑하는 대륙이여-시인 김용제 연구」, 3권 「식민주의와 문학」, 4권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 5권 「한일 상호 이해의 길」에 이어 6권 「오무라 마스오 문학 앨범」이 출간됐다.

「오무라 마스오 문학 앨범」에는 저작집의 주요 대상이었던 윤동주 편을 비롯해 김용제 편, 김학철 편, 임종국 편과 오무라 마스오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윤동주 시인의 묘지 발굴 과정과 장소, 인물, 생전에 교류했던 시인 김용제, 김학철 작가, 임종국 선생과 함께 남긴 사진, 그리고 지난 60여 년 연구 과정 속에서 교류해오던 한국문학계의 학자와 문인 등의 사진이 수록됐다. 대부분의 사진은은 부인 오무라 아키코 여사가 촬영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문학사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조선'문학과 '조선'사람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쏟아온 오무라 교수의 꾸밈없는 고백과 조용하지만 사려 깊은 질타 또한 살펴볼 수 있다.

책의 말미에는 특별히 게재된 길림신문,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와 기사, 개별 인터뷰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오무라 마스오의 솔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소명출판·4만5000원.
미국에서 공부한 유진 Y. 박은 조선시대 평민들의 신분상승 수단이었던 '무과'를 다룬 「조선 무인의 역사」를 통해 한국사 연구자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했던 보편적인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인 예로 '양반'을 들 수 있다. 조선의 양반을 귀족으로 지칭하며, 양반의 성격이 고려시대의 지배층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검토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지배층이 어떻게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과와 무인들이 어떤 역할과 대우를 받고 있었는지 통사적으로 설명하면서 간접적으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조정에서는 공로가 있는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전과 달리 무과를 대규모로 시행했고 북쪽 변경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1620년의 무과에서는 1만명이 넘는 합격자를 양산하여 '만과萬科'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었다.

저자는 백성들은 무과 응시에 더욱 열을 올렸고 무관이 될 수 없더라도 합격 증서를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고 말하며, 조선 조정이 체제의 근본적 한계를 무과를 통해 일정 부분 해결한 것으로 해석했다. 푸른역사·2만원. 

김봉철 기자  bckim@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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