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방폭포 물맞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하나둘 모여 '비'처럼 얼굴과 온몸을 적시고 있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연신 시원한 물을 들이켜고, 부채와 선풍기를 사용해도 소용이 없다.

무더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삼복' 더위가 절정이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매일 삼복더위로 사람도, 동물도, 농작물도 지쳐가고 있다.

삼복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불리는데 여름의 더운 시기를 대변하는 말로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삼복의 '복'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福(복)'이 아니라 '伏(복)'자다.

복(伏)은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엎드린다' '복종한다'는 의미가 있다.

삼복은 '여름 불(火)기운에 가을 쇠(金) 기운이 3번 굴복한다'는 의미로 복(伏)자를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더위 한가운데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이다.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고 해서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이라고 부른다. 

올해는 지난 17일 초복을 시작으로, 오늘(27일) 중복이고, 다음 달 16일은 마지막 더위인 말복이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보통 20일이 걸리지만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올해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되니 월복이다.

△더위·시름도 한방에 '싹'
더위에는 뼈까지 시릴 정도로 청량한 용천수만 한 게 없다.

음력 7월 15일(올해 양력 8월 25일)은 백중이라고 한다.

제주에는 사실 그렇다 할 백중 풍습은 없다.

굳이 꼽자면 백중날 물맞이다. 제주에는 백중날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물맞이'를 하는 풍습이 전해지는 것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더위를 이겨내고 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조상들의 지혜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색다른 피서법이 될 것이다.

제주에는 도두동 오래물, 상효동 돈내코 계곡 원앙폭포, 송산동 소정방폭포·소남머리, 강정동 강정천 등 더운 여름을 이기기에 '물 좋은' 곳이 많다.

△닭 먹는 날
제주에서는 닭을 먹는 것으로 여름을 시작했다. '닭 먹는 날'(음력 6월 20일) 풍습이다.

올해 닭 먹는 날은 다음 달 1일, 중복(7월 27일)과 말복(8월 16일) 사이다.

냉방기와 선풍기 등이 없던 시절 옛 어르신들은 솟아나는 물에 몸을 맡기는 등 몸을 낮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 소모가 많은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보신탕으로 알려진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삼계탕 또는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했다.

삼복더위보다 기세가 등등한 기록적인 폭염에 맞서기보다 옛 어르신들처럼 순응하면서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용천수에 발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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