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발부터 법적 절차를 무시한 '제주형 버스준공영제'가 이번에는 민간운수업체에 혈세를 퍼주려고 편법으로 예산을 늘리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럼에도 도의회의 집행부 감시 및 견제 역할은 미약하다. 도민을 대신해 법적 절차를 바로 잡고, 편법 예산 증액을 근절해야 할 도의회가 '앞에서 큰 소리 친후 뒤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의정활동으로 대의기관의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원희룡 도정은 버스준공영제 민간운수업체에 재정을 지원하려고 올해 본예산에 465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1차 추경안에도 400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하지만 추경 400억원은 제주특별법 및 관련 조례상 운수업계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주도개발사업 특별회계의 재원임에도 원 도정이 편법으로 증액 편성한 것으로 도의회 예산심사장에서 드러났다. 1차·관광산업, 생활환경개선사업, 교육·문화·예술진흥 등 13개 분야에 써야할 특별회계의 사용 목적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원 도정의 400억원 편법 증액을 질타했지만 삭감액이 30억원 불과, 변죽만 울렸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법과 조례를 어겼다면 재발방지 차원에서 전액 삭감해야 함에도 '찔끔' 수준에 불과해 잘못된 예산 편성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도의회는 작년 11월에도 원 도정이 민간운수업체와 체결한 준공영제의 위법성을 찾아낸후 감사원 감사청구를 추진했지만 원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과 일부 교육의원의 반대로 부결, 도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도의회의 봐주기식 예산 삭감은 원 도정의 잘못된 버스준공영제 정책 수립과 편법 증액이란 집행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또 지난 19일 공무원 노동조합으로부터 '도의원 우월주의' 비판을 받고서도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결과 주민들이 400억원 낭비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초심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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