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실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회장·문학평론가·수필가·논설위원

세월 속에는 망각이 존재한다. 박장대소했던 환희도 생각조차 하기 싫은 슬픔도 세월의 소용돌이 속에는 다 용해되고 만다. 이것이 세상의 순리이지만 옳은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8·15해방된 지 73년이 다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6·25전쟁과 4·19의거를 거치며 지금껏 살아가고 있다. 특히 3·1절과 4·19는 억눌린 백성들의 양심과 용기가 독재의 성을 무너뜨리고 금자탑을 세울 수 있는 계기의 날이었다. 그날은 역사상 최초로 승리의 날이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큰 감동이었다. 그날의 감동을 잊는 것은 정의의 사멸이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능멸일 것이다. 

하지만 6·25전쟁 휴전이 65년밖에 안 된 작금의 대한민국은 물질만능 세태와 권력에 길들어 있다. 그동안 보수는 반공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진보는 새로운 사회적 개혁을 외치고 있다. 3·1절과 4·19에 비견할 구국선언이라며 국민 앞에 비장하게 내던진 6·29민주화 선언과 6월 반독재 항쟁도 노화한 정치적 기만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기회주의적 정치꾼들은 이념이 아니라 포플리즘에 따라 허언과 기만으로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본령인 선거가 권력에 의한 조작과 헛된 약속으로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6.25의 동족 간 싸움과 폐허 속에서도 잘 살아보기 위한 몸부림으로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진입한 것이 언제인데, 안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북한의 사회, 문화, 종교 등은 이념에 따라 능동적으로 발전 유지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비전이 보인다. 하지만 안보, 군사적 군 운용체계의 변화는 아직은 아니다. 문제는 남북한의 평화적 분위기와 비핵화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이 놀랍기만 하다. 무슨 이유인지 각 단체와 사회적 분위기도 북핵에 관해 침묵하는 것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여기에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는 전 세계의 가치관인 민주주의의 기본인 인권과 자유를 우선시해야 하는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철수 및 군축문제는 즉흥적인 워딩이다. 주한미군을 운영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혈맹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무색할 정도의 부적절한 표현을 남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사유 재산권을 존속시키며, 국가안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시대라지만 적폐청산이란 잣대로 사람을 무리하게 억압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관습과 법률의 규범에 따라 적용시켜야 한다. 진보의 탈냉전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안보만은 스스로 사수하며 접근해야 한다. CVID가 확인되는 순간까지 군축할 수 없으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하면 안 된다. 북한은 변한 게 없는데, 안보의 크래이트인 자체 훈련, 군사적 대비나 억지력 강화, 전방의 진지 공사중단 등은 안 된다. 이유가 없다. 주한미군을 존속시키고 한미동맹, 한미연합훈련. 북한의 핵무장은 절대 안 된다는 안보적 가치인식이 필수적이다. 

한 때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에서 당을 쪼개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국회의원 다수가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참패 이후 혁신비상대책위의원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이 비대위원장을 추대하고, 비대위원장은 거의 복당파로 비대위원을 구성해 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렇게 해놓고도 모든 것이 보수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핑계를 댄다. 참으로 뻔뻔스럽다. 

우리는 모두 더없이 냉정해야 한다. 법과 정의의 선량과 관리자로서의 신념과 용기로 무질서와 안보적 혼동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헛된 과욕은 버리자. 자신이 속해 있는 자리에 방관하지 말고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안보는 여야가 따로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걸어가야 할 길과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가르쳐야 한다. 

기미년 3·1절과 4·19항쟁 그리고 6·25전쟁의 상흔을 잊지 말고, 헌법적 가치와 정기를 되살려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자. (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