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

바야흐로 여행의 전성시대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던 일명 '먹방'이 전해준 바통을 이어받아 '여행'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예능과 결합한 새로운 장르로 대중의 사랑을 얻고 있다. 

흡사 일상에 지친 시청자와 동행하듯 전 세계를 누비고 미션을 수행하며 청량한 대리 만족감을 선사한다. 해외 현지에서 길거리 버스킹을 펼치며 음악이란 매개체로 같이 호흡하고,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상의 공유를 시도한다. 공간적으로도 지구본을 돌려가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거친 사막을 모험하기도 하고, 국경선을 밥 먹듯 넘나들며 지구촌 구석구석에 있는 이웃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인기는 여행을 일상으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자의 여행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여행 프로그램 속에서 주목할 만한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강권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불편함이 그것이다. 일상 대화 속에서 '해외여행은 몇 번이나 해봤는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휴가라도 낼라치면 '어느 나라를 가는지', 그냥 쉬었다 하면 '이참에 한번 나갔다 오지 그랬어'가 뒤따르는 주변의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여행의 본질에는 여행지나 이동거리가 아닌 삶의 재충전에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일까.

현대인은 바쁘다. 한국인은 더 바쁘다. 때마침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이 단축돼 대한민국은 일자리를 나누고 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진정한 여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쁜 한국인에게 커다란 쉼표를 안겨주는 보물섬 제주도가 바로 곁에 있다는 점은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제주는 잠시 콧바람을 쐐도 좋고 장기간 살아봐도 좋다. 입소문을 따라 찾아다니는 맛집이나 카페 투어도, 편리해진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도, 도민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가는 테마까지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멀지 않은 한반도의 끝자락에 푸른 바다와 하늘이 그리고 한라산이 한꺼번에 일상의 노스탤지어를 일으키며 여행객의 설렘과 삶을 재충전할 수 있다는 점은 가히 독보적이다.

제주도의 관문 제주공항은 요새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여름 성수기(7.25~8.12) 동안 하루 평균 513편의 안전 운항을 위해 폭염 속에도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특별교통대책본부를 운영하며 편의시설에 불편함이 없는지 더욱 세심히 둘러보고 안내요원과 보안검색요원도 추가 배치중이다. 여객청사에는 응급요원과 구급차가 상시 대기하며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제주 어느 해안가에서 푸른 숲과 올레길에서, 온전하게 만나는 자신과 혹은 아름다운 동행자와 함께 '진정한 여행'을 찾기 바란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처럼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진정한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제주공항은 여러분의 설레는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 편리하고 안전한 여행길을 응원하기 위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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