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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수능 정시 확대, 양동이를 채우는 교육으로 회귀할 것인가우옥희 대정고등학교 교장
우옥희
입력 2018-07-30 (월) 15:42:37 | 승인 2018-07-30 (월) 20:10:20 | 최종수정 2018-07-30 (월) 20:09:02

올해 3월부터 고등학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하면서 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를 연계해 개편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교육공약으로 제시했다. 미래 사회 전망에 따라 앞으로 고교 교육은 입시·수능 준비에 초점을 둔 교육과정 운영이 아닌 모든 학생이 진로 설계와 성장을 돕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으며 단순 지식·기술의 습득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 창의성,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도입을 통해 입시·수능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학생의 진로를 돕고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대입 제도 개편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입 제도 개편안은 4가지 모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어느 안을 선택한다고 해도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수능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학교는 수능 대비 문제 풀이를 위한 일방적 강의 위주의 수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고 학생의 질적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해 온 학교 현장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과목 선택권 확대와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고등학생들도 대학생들처럼 개인의 진로에 따라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한다면 학교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준비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폐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능 정시 확대는 사교육 인프라가 없는 읍·면 지역 학생들에게 상대적 교육 불평등을 조장해 도·농간 교육 격차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재수생이 급격히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호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재학생 보다 사교육을 통해 수능만을 준비한 재수생들이 차지하게 되고, 성적이 우수한 재학생들은 다시 재수생이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최근 제주 학생들의 대입 결과는 수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2학년도 대비 2018학년도 주요대학의 수시 모집 인원이 36.2% 증가된 반면, 제주 지역의 수시 합격 인원은 70.8%가 증가됐다. 

특히 읍·면지역 고등학교들의 주요 대학 진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고입에서 고등학교 선택의 변화를 나타내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대학 중도 탈락자의 비율도 대학 정시 합격자가 수시 합격자 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서울대 2014학번 학생들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비춰 볼 때 대부분의 다른 대학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예상된다. 대입 제도는 신뢰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면서도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는 방안으로 마련돼야 한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일이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이 지식을 채우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교육이었다고 반성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대입 제도는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로 양동이를 채우는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 아이들의 생각에 불을 지피는 교육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옥희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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