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최근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뮤직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보효과까지 얻어냄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더하게 됐다. 이후에 계획된 독일공연의 경우 '9분간에 3만입장권을 매진(賣盡)'해놨음으로, 소년단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행사를 주최해온 나라마저 '팝송의 근거지'이며,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이란 점에서 '한국의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한국은 면적과 인구, 국제위상에서 '미국과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동란 때에는 '원조를 받아온 수동적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미국을 제쳐놓고 우승으로 이어진 사실에 '기적과 같은 일'로 평가하고 있다. 근본에서 민족사에 잠재해온 '유별난 감성(感性)'이 시대에 맞도록, 재편성(reformation)해온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감성은 눈-귀-코-혀-몸 등 오관을 통해서 '느낀 바를 심적(心的)체험'으로 얻어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과 추(醜)한 것은 물론, 맛과 소리를 판별하는 능력까지 갖게 된다. 여기에다 부드러운 촉감까지 느끼게 됨으로 '모든 것을 감각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으며, 감각기능은 민족성과 함께 '장구한 세월에 걸친 고유문화형태'로서, 전승되어왔다.

고조선 때의 영고(迎鼓)와 무천(舞天)은 이런 '문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전자는 추수를 맞이하여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며 '가무(歌舞)와 음주를 동반'해온 행사임으로, 결과에서 농민감성을 자극하는 데로 이어졌다. 무천역시 부족(部族)에서 다르지만, 제례(祭禮)를 거치면서 '밤낮에 걸친 음주가무'로 이어져, 대중감성을 높여온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에는 '감성과 이성을 양분'해놨고, 이때에 성황을 누려온 불교는 '둘을 조화시키는데 주력'해왔다. 그 근거로서 원효는 '대성국사(大聖國師)로 통용'할 만큼, 성인반열에 올랐으며 나라스승으로 존경해왔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거리명칭'에도 반영되어, 공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평생을 통해서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실천하며, 정착시켜온 사실과 관계된다. 

전자가 위를 향한 진리추구라면, 후자는 아래를 향한 중생과의 어울림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채, 양면을 중시해온 모습이다. 심지어는 '이분(二分)법에 근거'한 상하(上下)개념을 확립하면서도, 수행에 주력하는 이판(理判)승과 세속에 젖어든 사판(事判)승의 대립마저, 허용치 않았다. 하지만 조선왕조시대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학자여도(學者如稻)의 글귀'처럼, 공부에 주력하는 선비를 '벼에 비유해온 것'과 대조적으로 '불학(不學)자를 잡초'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학문연마는 정신을 집중하는 '이성적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감성에 주력하는 가무(歌舞)를 멀리하며 '사색을 중시하는 사대부(士大夫)'를 신분제도에서 앞세웠다. 오늘의 민주사회는 대중을 앞세워, 감성을 자극하는데서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방송국주관의 전국노래자랑프로에는 '춤추고 노래하는 대중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독일철학인 니체가 주창해온 '광기(狂氣)의 집단성'을 연상케 만들며, 이것이 감성에 빠져들게 만든 부정적 장면이다. 근본에서 개인이 모여서 당파와 민족을 형성함으로써, 여기에 묻혀버린 채로 '개인스스로를 의식'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유(思惟)를 통해서만, 뜻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점에 있다. 여기에 차단에 주력하는 유리병(甁)과 함께, 방어에 주력하는 석성(石城)을 떠올리게 만든다. 외부로 방출(放出)되는 감성을 통제하는 한편 '이성에 근거한 내면의지'를 굳건하게, 다지기 위한 방책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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