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선 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2017/2018 라이온스 제주지구 총재

아직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6시!

7시 모임 시간을 맞추려고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간다.  에어컨을 켜보지만 자동차 실내는 가히 불가마고 시트는 달궈져 있다.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우회전도 힘들만큼 도로는 만원이고 양보를 해 달라고 왼손을 뻗어 보지만 자동차의 경적 소리를 키우고 차의 간격을 줄일뿐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도 자동차이고 약속시간을 어기게 만드는것도 도로의 자동차 같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약속장소 근처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벌써 북새통이라 이렇게 밀릴줄 알았으면 멀리 세우고 걸어 왔을걸 하고 후회를 하며 주변 도로를 돌아다녀도 내 차를 세울 공간은 없고 7시는 다 돼 이제 초조해 진다. 도로 모퉁이에 세우고 급히 뛰어 들어가서 간신히 시간을 맞췄지만 영업장 앞이라고 차를 빼 달라는 휴대폰만 계속 진동한다.

평균 30여개의 모임이 있다는 제주사람들의 저녁 풍경을 보면서 교통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람과 자동차, 자가용과 대중교통, 소통과 사고 등 교통은 어느 도시에서나 연구대상이다. 러시아워에 밀리는 차들을 정리해야 하고 주차공간도 만들어 줘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차가 밀리면 우회도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늘렸다. 공교롭게도 1984년 6차선의 동서광로 확장, 1994년에는 연삼로, 2004년 연북로에 이어서 10년 후에는 애조로 개통 등이 그랬다. 

개통시에 잠시 여유롭지만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제주의 자동차 증가율로 혼잡도가 서울보다 더 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제 도로를 재 디자인 할 때다. 획기적인 대중교통 정책과 박차(야간주차)를 위한 외곽지 거점 주차장을 조성하고 일정 시설의 주차상한제 도입, 교통 유발부담금 부과와 대형 시설의 교통 개선사업 등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른바 수요관리 정책의 강화이다.

2000년대 들어서 도입된 연동 신호체계, 버스 도착안내 서비스 등은 하드웨워만 늘리던 교통을 소프트적인 시설로의 전환점이 됐다. 

올해부터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우선 순위에는 도시계획과 연계 10년 앞을 내다보는 설계가 돼야 한다.
또한 현재의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과감하게 버스 전용차로제로 전환하고 중앙 전용차로

확대와 노선의 시간적, 공간적 연계가 필요하다.

탑동 노상 유료화나 거주자 우선주차제의 실패에서 보듯 공터만 있으면 공영 무료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노상주차 욕심과 공짜 주차심리만 키우는 꼴이 되고 있다. 얼마전 도심지 숲을 주차장으로 만든다고 했다가 철회 한 것은 참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주차장은 분명 있어야 하지만 주변의 우발적 주차수요를 충족시킬 목적이어야 하고 야간 박차를 위한 무상공급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느끼지만 피로연 등이 있는 예식장 주변 도로는 주차장이다. 

이런 시설에는 몇 대 이상 몇 대 이내의 주차시설로 강제하고 대중교통이나 걸어서 가야 된다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선진국의 주차상한제이다. 

아울러 대도시에서 30여년 전 도입된 교통유발부담금은 제주도에서도 검토를 한 적 있지만 아직 부과를 미루고 있다. 

부담금은 교통개선 사업비로 충당이 되는 것은 물론 시설의 사업주들은 유발부담금 절감을 위해서 각종 감면제도 즉, 주변 교통개선사업 시행이나 안전관리자 배치. 부설주차장 개방, 대중교통 이용티켓 제공 등 교통혼잡 완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제도다.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로, 교통부서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제주의 아침 러시아워는 한 시간 남짓이다. 분산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어린이집 개원시간 조정이나 시차제 출근, 환승 주차장, 다인승 전용 또는 가변차로제, 카풀이나 대중교통 인센티브 등을 구상해 볼 수 있다.

그나마 제주도는 교통에 상당한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국의 노력이나 예산 투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제주가 2003년의 교통문화지수 전국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교통의 입안자, 운영자, 사용자까지 삼위일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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