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밭은 말라가는데 뿌릴 물이 없어 농업 현장에서는 말그대로 '물하기 전쟁'이다. 파종시기를 놓치고 생육 부진 등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면서 농심도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농가들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저수지들은 물이 넘쳐나면서도 활용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지역에는 현재 저수용량 68만톤인 애월읍 수산(귀엄)저수지와 광령저수지(5만톤), 한경면 용수저수지(25만톤), 표선면 성읍저수지(105만톤) 등 4곳의 농업용 저수지가 조성됐다. 수산과 성읍저수지 2곳은 제주시 주요지역 상수도 공급원인 어승생 1·2저수지(60만톤)보다도 규모가 크다. 하지만 성읍을 제외한 수산·광령·용수저수지 3곳은 평소에는 물론 가뭄에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 관수시설이 없어 농민들이 직접 차량 등으로 물을 담아 옮겨야 하는 탓이다. 게다가 광령저수지는 수질마저 농업용수 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농업용 저수지가 제기능을 못하다보니 농가에서는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농업용 저수지 사용량은 극히 미미하다. 그나마 관수시설이 있는 성읍저수지에서 180만톤 정도 공급됐을 뿐이다. 반면 지난해 농업용 지하수 관정의 취수량은 9700만톤으로 2013년(6800만톤)보다 42%나 늘었다. 전체 지하수 사용량의 40%에 달한다. 농업용 지하수 사용량이 급증하다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서부지역 해안 지하수에 해수침투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가뭄 때는 고지대를 중심으로 농업용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이제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농업현장의 물 부족 문제 역시 매해 반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농업용 저수지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관수시설 구축은 물론 꾸준한 수질 관리 등 대책이 시급하다. 밭이 타들어가는데 있는 물도 제대로 쓰지 못해서야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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