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5일 한라도서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한국어 방언의 기능과 보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이태영 방언학자, 5일 ㈔제주어연구소 초청강연서 강조
표준어 표현·전승 한계…방언 연구·사전편찬 지원해야

"국가가 표준어를 빙자해 지역의 언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서는 안된다. 제주어 역시 멸실되기 전에 수집·연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올바르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제주의 정신과 문화를 보전하는 길이다"

방언학자인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제주어연구소(이사장 강영봉)가 개소 두 돌을 기념해 5일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개최한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어 방언의 기능에 대하여' 주제 특강에서 제주어를 포함한 방언의 특징을 강하게 드러내는 기능으로 '표현적 기능'과 '친교적 기능' '심미적 기능' '문화 전승의 기능' 등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먼저 "획일화된 표준어로는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의 정서적·체험적인 면까지 드러내기 어렵다"며 '핵교'(학교)와 '시암' 또는 '물통'(샘)을 예시로 설명했다.

이어 '사투리는 과거를 불러내는 주술의 언어'라는 정호웅 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체험의 구체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표준어의 한계를 지적하며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 관용표현도 마찬가지로 이처럼 다양한 표현이 사라지면 지역민의 생태적 정서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 "방언은 동질감과 연대감,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문화자원이자 문학에서는 구체적이고 생동하는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심미적 기능을 한다"며 "지역마다 다른 삶의 모습을 전승케 하는 지역문화·구비문학의 전승, 한국어 역사의 전승이라는 문화 전승적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결론에서는 "단수 표준어 정책을 하루빨리 수정해 여러 지역 방언을 활용하는 복수 표준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통일의 사전작업이기도 하다"며 "방언이 한국어임을 인식하고 지역 언어 연구와 각종 방언사전 편찬 등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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