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영 제주해양경찰서 경사

요즘 등(燈)으로 수놓인 제주 밤바다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해질녘부터 제주 앞바다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수백척의 갈치와 한치잡이 배들이 만들어 내는 전경이다. 제주 앞바다를 지나 추자도 인근 42개에 달하는 유·무인도서에 이르면, 돌돔과 참돔을 기대하는 낚시객을 실은 배들이 남해에서도 원정을 온다. 

이렇게 보면 제주바다는 한없는 넓이와 깊이에서 키워낸 생물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넉넉히 내주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허나 그 끝을 모르는 넓이와 깊이는 언제든 무엇이든 삼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작년 12월 31일 추자도 인근에서 저인망 어선이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전복돼 승선원 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그보다 앞선 2월에는 우도 북방에서 기상불량 상황에서 조업하던 선망 어선이 침몰하면서 2명이 인명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최근 3년간 제주해경서 관할내에서 발생한 선박사고는 총 625척으로 이로 인해 5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85%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어선에서 발생했다. 

이에 제주해양경찰서에서는 내일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안전관리 대상을 제주도 서부, 동부, 추자구역으로 세분화하여 경비정, 연안구조정, 파출소 경찰관 등이 해·육상에서 24시간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중이다. 

제주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광할한 구역 경비로 추자도와 동부 연안에 경비정을 상시 배치할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예전 그 자리에서 한 치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안전은 국민의 참여없이는 이룰 수 없다. 바다에서는 반드시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기상 정보에 항상 귀를 기울이며 날씨가 궂을 때는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등 원칙을 지킴으로써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함께 이뤄나가길 당부 드린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