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Positive List System)가 결국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PLS는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에 한해 일정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등록되지 않은 농약성분이 0.01?(0.01㎎/㎏) 이상 검출되면 전량 폐기토록 하는 제도다. 농민들은 먹거리 안전성 확보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내년 제도 시행 유예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계획대로 내년 1월1일부터 강행키로 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내년 PLS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소면적 작물에 적용하는 방제농약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 연말까지 1670개 농약에 대한 직권등록시험을 마치기로 했다. 특히 파종을 앞둔 무·당근 등 월동작물용 직권등록시험은 9월까지 앞당겨 추진할 방침이다.

토양 잔류나 항공방제 등에 따른 비의도적 오염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농약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을 추가하고 농약 사용 매뉴얼도 보완했다. 재배기간이 내년 1월1일 전후에 걸치는 월동작물 등은 작물특성, 직권등록 및 잠정기준 설정 상황 등을 고려해 보완책을 추가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농민들이 우려했던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제도 시행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모르겠다. 실제 농약을 사용하는 농민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될지도 의문이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유통을 통한 소비자 건강권 보장과 농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PLS의 시행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영농방식을 완전히 벗어나기에 농업현장에 큰 부담과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나 농민들이나 충분한 준비와 여건이 조성된 후에 제도를 도입해도 될 터인데 굳이 내년 시행을 강행하는지 모를 일이다. 농민과의 공감대 없이 제도 시행에 급급한 조급증은 예기치 못한 화를 자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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