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박물관 천국'으로 불린다. 관광지라는 특성상 다양하고 특색있는 박물관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도내 박물관 절반 이상이 학예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하면 하루 관람객이 100명이 안되는 곳도 수두룩해 박물관의 전문성보다 양적 팽창에 치우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도내 등록 박물관은 61곳으로 인구 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 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을 넘지 못하는 박물관은 12곳으로 전체의 19.7%에 달했다. 심지어 이들 중 한곳은 하루 평균 관람객이 채 10명도 되지 않으면서 박물관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학예사 확보율도 현저히 낮았다. 학예사가 있는 도내 박물관은 27곳(44.26%)으로 전국평균 69.64%에 훨씬 못미치면서 경남(41.27%)과 함께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학예사 확보율이 100%인 울산과 인천(92.59%)에 비하면 너무도 대조적이다. 학예사는 작품 수집과 관리, 전시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학예사가 없는 박물관은 콘텐츠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관람객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관광 제주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앞서 지적한 도내 박물관들의 문제점은 수년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은 행정의 책임이 크다. 관련법 상 박물관 등을 운영하려면 학예사를갖춰야 등록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술하기만 하다. 박물관 난립을 막겠다며 도입한 평가인증제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박물관은 제주를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당국의 제대로 된 관리와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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