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동안 자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독일차에 대한 신뢰감, 단단함, 안정감 같은 명성이 항상 따라붙었다. '독일차=최고 품격' 이라는 이미지가 퍼지며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쟁쟁한 경쟁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강국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독일차의 3대 브랜드라 하면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아우디'를 꼽는다. 중장년 지도층은 벤츠를, 젊은 층은 스포티한 BMW를 선호했다.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독일차를 유난히 좋아한다. 국내에서 많이 팔린 수입차 역시 벤츠,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순이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독일 기술과 독일이란 나라가 주는 정직한 이미지를 믿고 거액을 주고 독일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영원히 1인자 자리를 굳힐 것만 같던 독일차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린 수입차 중 하나인 BMW 520d의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BMW측은 잇따른 화재에도 불구 리콜이나 차량자체 결함 문제 등에 대해 책임을 미루고, 정부 역시 BMW가 조치할 것으로 믿고 수수방관 했다. 그 사이에 화재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뒤늦게 BMW측이 결함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정부도 운행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3년 전에도 폴크스바겐 디젤차가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려 검사 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는 엔진을 달았다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으면서 신뢰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100년 넘게 1등을 지켜온 독일차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 최고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품질과 소비자 안전 등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지만 독일차 업체들이 이를 방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BMW측은 결함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처음부터 배출가스 시험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일=정직'이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독일차가 이번 사태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시간과 금전적 비용이 들 것이다.
1등이라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방심해서도 안되고, 소비자를 저버려서는 더욱 안된다. 

<김용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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