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섬, 그 바람의 울림' 스물 세 번째 이야기

제23회 제주국제관악제가 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과 제주윈드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제주연합윈드오케스트라가 개막공연을 펼치고 있다 '섬. 그 바람의 올림'을 주제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관악제에는 26개국 4000여명이 참가해 도내 곳곳에 마련된 무대에서 풍성한 공연을 선사한다.

'바람'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제주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됐다. 올해 참가 연주자만 26개국·80여팀·4000여명에 이르는 '제주국제관악제'다. 스물 세 번째를 맞은 제주국제관악제는 국내 다양한 축제 속에서도 묵묵히 내실을 다져오며 도민과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했다. 지금, 관악의 울림을 통한 축복과 평화의 하모니가 제주를 뒤흔들고 있다.

# 바람의 섬, 관악의 섬
"태초부터 제주인과 함께해온 제주의 바람(Wind)은 관악(Wind)과 음을 같이 합니다. 보물섬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 오름의 분화구는 관악기의 나팔 부분과 무척 닮았습니다. 해녀의 숨비소리도 사람의 숨결로 빚어내는 관악의 선율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을생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이 도민과 세계 관악인들에게 띄우는 초대장의 첫 머리는 제주와 관악의 연결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그의 말처럼 제주와 관악은 참으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관악기는 연주자가 불어넣은 바람이 관을 타고 떨림을 만들며 울려퍼지는 원리로 음을 만들어낸다. 관악 소리 자체가 바람과 다르지 않다.

관악제의 주제인 '섬, 그 바람의 울림'도 해마다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이보다 더 어울리는 수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친숙한 소리 때문인지 바람의 섬 제주는 오래 전부터 관악과 친숙했다.

전쟁과 궁핍이 사람들을 지치게 하던 시절 몇 안되는 나팔만으로 잠시나마 평화와 안식을 선물했던 고적대들로 시작한 제주관악은 1995년 제주국제관악제를 기점으로 '관악의 섬'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됐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야외연주가 쉬운 장점에 제주만의 평화스런 이미지, 여름철 낭만까지 더해 제주의 대표적인 예술축제로 떠올랐다.

# 키워드로 본 특별한 올해
올해 제주국제관악제는 지금까지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네가지 키워드로 특별함을 더했다.
올해의 키워드는 연주의 질적 향상, 제주 문화와 관악의 융합,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관악, 평화를 위한 교류로 나뉜다.

연주의 질적 향상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목마른 도민들을 위한 노력이다. 최고 수준의 전문 연주자들과 연주팀을 초청해 수준 높은 음악세계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앞서 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막공연도 큰 감동을 선사하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어느 해보다 큰 규모의 무대에서 앙상블 템페라, 스티븐 미드, 펠릭스 클리저, 선우예권 등이 3000여명의 관객들에게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공연을 펼쳤고, 객석은 매 연주마다 뜨거운 기립박수와 커튼콜, 앵콜로 화답했다.

또 스페인과 프랑스, 스위스,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문 관악단을 초청해 앞으로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친다.

제주 문화와의 융합은 제주해녀와 외국관악단이 함께 공연무대를 꾸려 높은 호응을 얻은 해녀문화음악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산리해녀마을 자구내포구와 대평리해녀마을 당케포구에서 열린다. 특히 제주 해녀공팀은 외국 공연팀의 초청으로 독일과 캐나다에서 합동무대를 선보여 제주문화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제주국제관악제의 또다른 특별함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라는 것이다. 다른 음악제들과 달리 제주국제관악제는 전문성을 지향하는 동시에 청소년·동호인들에게도 국제행사 무대에 오르는 기회가 주어지는 관악제다. 꿈을 키워가는 초등학생들이 U13관악대경연대회에 참가할 수 있고, 청소년관악단의 날과 동호인관악단의 날을 각각 진행해 교류와 저변 확대를 꾀한다.

또 한편으로 관악제는 비극의 섬에서 화해와 상생의 섬으로 떠오르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세계인들이 평화의 염원을 노래하는 교류의 장이다.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 연주자들이 모인 아시아윈드콘솔트가 평화라는 테마에 맞춰 마음을 울리는 공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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