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인 제주도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같은 출자출연기관장의 작품을 대량 구입하려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도립미술관은 매년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관련 작가들의 작품을 상·하반기로 나눠 구매해 왔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 5월부터 제주4·3과 관련한 작가 5명의 작품 65점을 자체 선정하고 지난 6월 작품수집추천위원회에 수집작품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작품 구매에 투입되는 예산은 2억원 정도다. 

문제는 도립미술관이 구입할 작품들이 전례없이 한 작가에게 집중됐다는 것이다. 65점 가운데 무려 48점이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박경훈 전 이사장의 작품들이었다. 다른 4명의 작가당 구입 작품수는 평균 4.25점에 불과했다. 더욱이 공모를 통해 소장작품 제안을 받는 경남도립·부산시립미술관 등과 달리 제주도립미술관은 학예팀 내부 회의에서 직접 작품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문화예술계 영향력이 적지 않은 현직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에 편중돼 공정성 시비가 생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보니 도립미술관의 작품 수집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작품수집추천위원회 심의에서 다른 4명의 작가 작품들은 모두 통과했지만 박 전 이사장의 작품들은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도립미술관과 같은 제주도 산하기관의 현직 이사장인데다 작품수가 대량이라는 점이 큰 이유였다. 설명자료 등도 부족하다며 이를 보충해 다음 심의에 재상정하도록 했다.

도립미술관은 올해 소장품 수집 방향이 제주4·3으로 박 전 이사장의 작품을 제외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또 매입하는 김에 생애에 걸친 대표작들을 한번에 모아보자는 뜻이었다니 참으로 궁색한 해명이다. 개인전 후 소장자를 찾지 못해 작업실에 작품을 쌓아두는 많은 작가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직 기관장간 특혜 시비 등을 가려낼 제주도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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