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안나푸르나 I봉(8091m) 원정대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등반 소식을 보내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백록산악회·영천산악회·거산회 등 3개 서귀포시산악회 연합 원정대(대장 오희준)는 지난달 14일부터 한달째 홈페이지에 등반기를 게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제주를 출발한 원정대는 28일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300m)에 입성한 데 이어 4월1일 제1캠프(5400m) 설치를 완료, 현재 베이스캠프와 제1캠프를 오가며 고소적응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훈련 도중 오동근·현성윤 대원이 얼음덩어리가 쏟아지는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정대는 오는 22일 1차 정상 공격에 나설 예정이다.

히말라야의 산자락에서 보내오고 있는 제주 산악인들의 소식을 보려면 홈페이지(http://annapurna.new21.net)로 접속하거나 다음 카페의 ‘돌돌이방’(http://cafe.daum.net/doldol1517)을 검색해서 찾으면 된다.<편집자 주>

<4월6일 악몽의 등반기>
어제의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일찍 등반을 서둘렀다. 출발하고 보니 어제보다 배낭 무게가 가벼워서인지 아니면 고소 순응이 더 잘되어서인지 한결 발걸음은 가볍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ABC(전진캠프·베이스캠프와 제1캠프 사이)에 도착,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신발을 갈아신고 하는 일련의 행위가 한층 더 노련해지고 상쾌한 기분으로 C1을 향해 ABC를 떠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를 무사히 통과한 후 동근형과 나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뿐 숨을 몰아쉬며 세락지대(눈이 쌓여 처마 모양으로 된 지대)를 접근할 무렵(이때 동근형이 앞에 있었음) ‘꽈꽈꽈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앞으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한다.

둘은 서로 한줄에 묶여 도망가지도 못한 채 서로 엉켜 납작 엎드려 ‘아....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무너지는 세락이 우리를 덮치는 것은 멈출줄 모르고 그 순간에도 동근형은 후배를 살려 보겠다고 몸으로 나의 몸을 덮쳐 그 엄청난 얼음덩어리를 막아낸다.

그러나 세락의 무너짐이 멈추고 얼음덩어리들의 태고적 움직임이 멈추고 보니 동근형의 그 무지막지한 아이젠이 내 허벅지를 짓이기고 있었다. 그리곤 내뱉은 첫 마디. “형 아이젠 좀 치워 주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젠에 찍힌 허벅지보다 오히려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이 온몸을 감싸온다.

앞서가던 셀파 장부와 니마는 세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으나 날듯이 뛰어 내려왔다. 그 무너진 상황을 보고 살아남은 것이 천우신조라고 “Good Luck”을 연발한다.

BC에 도착하여 관찰해보니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은 듯하고 타박상이 좀 심한 것 같다(물론 인도팀 의사가 이곳에 도착하여 자세한 사항을 진찰해봐야 하겠지만).

아이젠에 무참히 짓밟힌 내 허벅지는 다행히 찰과상에 불과하였다. 지금은 한층 통증도 가라앉아 여기저기 할 일 없이 배회하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멀리서나마 염려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특히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후배를 살리겠다는 동근형의 그 의리의 행동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2002년 4월6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현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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