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직장 생활 28년 정년퇴직까지도 만년부장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 김 부장이 자식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다며 가져온 종이에는 그간의 경력과 자기소개 내용이 빼곡했다. 정년퇴임을 하고 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아왔다.

첫 방문의 낯섬과 어색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그것도 잠시, 열심히 서류와 면접 컨설팅에 임한다. 재취업을 위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문을 두드린 김 부장은 세 번의 면접 끝에 '앙코르 커리어'에 성공했다. 

'앙코르 커리어'라는 말은 '앙코르닷오르그'의 설립자 마크 프리드먼이 처음 사용한 뒤 50세 이후의 삶과 관련된 용어로 자리매김 했다. 앙코르 커리어는 한 사람의 인생 후반기에 지속적인 수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 의미와 성취, 사회적 영향과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주로 사회의 제3섹터, 즉 국가와 시장을 제외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사회서비스·카운슬링·코칭, 비영리와 사회적경제·환경분야가 유망 앙코르 커리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드먼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능력·시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긴급하고 절실한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5060세대를 일컫는 '신중년'. 구체적으로는 1954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로, 전쟁 직후의 베이비부머들이기도 하다.

5060세대는 오늘날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했음에도 그동안 고용정책 대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해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지원이 시작됐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신중년 적합직무' 지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고용창출지원금을 1년간 지원한다.

지원액은 우선지원대상기업의 경우 월 80만원, 중견기업은 월 40만원이다. 신중년 적합직무는 경영·진단 전문가, 청소년지도사, 노년플래너 등 55개에 달한다. 고령화사회에 맞춰 직무의 수나 대상 또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정부지원제도를 활용하거나, 생애설계교육을 통해 경력관리 할 수 있는 제2의 인생준비도 좋을 듯하다. 신중년 인색 3모작은 생애설계에서 시작된다. 취미활동도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키운다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서 시행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도 있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다른 기관들과 공동 진행 중인 'JDC이음일자리사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오름에 갈 때마다 설레임에 부푼다. 이음일자리는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줬다". 오름을 관리하고 방문객들에게 해설해 주는 '오름매니저'로 일하는 선생의 말이 가슴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틈틈이 오름에 대한 책을 공부하며 들풀과 나무이름을 외운다는 오름매니저는 제주에선 없어서는 안 될 '신중년 적합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신중년 적합직무를 개발하고 일자리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유엔이 2015년 재정립한 '평생연령 기준'에 따르면 0~17세 미성년자(minor)에서 18~65세 청년(youth)·66~79세 중년(middle-aged)·80~99세 노년(elderly/senior)을 거친 100세 이상을 장수노인(長壽老人·long-lived elderly)이라 한다. 50세면 국제연합(UN)이 국제적으로 '공인한' 청년인 셈이다. 다시 뛰어야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계속 뛰어야할 나이다.

새롭게 출발하자.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드러커(Peter Drucker)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불안한 미래, 고민만 하지 말고 신중년 적합직무 프로그램 등 '앙코르 커리어'를 통해 확실한 미래로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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