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희 (사)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최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는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 도민사회에 이슈다. 상식적으로 잘 수긍되지 않는 계약내용에서부터 무엇에 쫓기듯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등의 의혹을 낳으면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발단은 재단측이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을 위해 170억여원을 들어 재밋섬(옛 아카데미극장)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 공공 공연연습공간과 독립·예술영화관, 예총 및 민예총 등 문화예술대표 단체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던 사안이 최근 언론과 도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2차 중도금 지급이 연기되는 등 지금은 건물매입 절차가 잠정 일시중단된 상태다.

계약내용이나 추진과정의 문제를 차치하고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이유는 무엇일까?

재단측의 주장에 따르면 재밋섬 건물 매입구상은 지난해 중반부터라고 한다. 건물주가 오피스텔로 개조하려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교섭을 진행해오다 올해 봄 합의에 이르고 이러한 내용을 도지사에게 보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도지사 보고까지 마친 사업은 이후 주민설명회, 이사회, 도의 승인까지 3개월여만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문제는 거기서 출발한다. 밀실에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 주민설명회나 이사회 등의 절차는 사실상 요식행위로 결정된 내용을 바꿀 변수로 전혀 상정하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주민설명회 시간이 평일 오후3시로 잡아 참석자가 25명에 불과했다는 것이 요식절차였음을 방증한다. 몇가지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는 원론적 언급으로 넘어갔다.

재단측은 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잘 활용하기 위해 재밋섬 건물을 매입, 아트플랫폼으로의 계획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부족한 공공 공연연습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트플랫폼의 형식에 대해서도 집중형, 거점 분산형 등 이견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재단이 권력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 곳의 집합체로 집중된다면 그 비대함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상존한다.

그리고 아트플랫폼 공간 구상을 굳이 원도심에서만 구현하려 했을까하는 것도 의문이다. 지난해부터 아트플랫폼을 계획했다고 하지만 원도심이 아닌 지역을 검토해본 것 같지는 않다. 

왜 그럴까? 재단은 원도심의 활성화나 도시재생에 있어서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의식(?)이 있는 것 같다.

재단측은 주민설명회에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원도심 문화를 살리기 위한 것이고, 원도심 도시재생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 원도심 활성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추진되고 있음을 밝혔다. 재단이 원도심 재생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는 듯한 인상을 넘어 재단이 마치 원도심 재생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는 느낌까지 준다.

이는 원도심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조성된 '예술공간 이아'를 조성할때도 마찬가지였다.

재단은 설립 목적이 원도심 재생이나 활성화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진흥시키고 도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넓히며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아트플랫폼 사업은 원도심 활성화의 목적이 돼서도 안되고 몇몇 원도심 사람들이나 공연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도민 모두가 골고루 누려야 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몇몇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될 일이 아닌 예총이나 민예총의 의견수렴을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은 물론이고 도민사회의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 아닌 제주도 전체적인 밑그림의 틀에서 '제주지역 아트플랫폼 사업'을 어떻게 풀어낼지 원점에서의 논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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