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 시인·논설위원

올해 팔월은 1418년 8월 10일 충녕대군이 태종의 선위를 이어받아 새로이 임금 자리에 오르시어 세종임금이 되신지 6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종대왕은 재위 33년 동안 위민정치에 힘쓰신 민본의 대왕이며 과학의 대왕이며 문화예술의 성왕이며 한글창제의 발명왕이시며 오늘날에는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상”까지 제정되는 등 전 세계 학자들에게서 칭송을 받는 우리의 자랑스런 성왕이시다.

제주특별자치도한글서예묵연회(회장 양춘희)에서는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 최홍식)와 공동주최로 지난 6월 15일 서울 세종대왕기념사업관에서 “세종성왕과 제주어의 만남전”이라는 서예전시와 더불어 전 제주교육대학교 고재환 교수가 발표한 “제주어 하늘아<·>와 <‥>의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학술강연과 최홍식 회장의 “훈민정음 제자해” 강연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 한글학계 박종국 명예회장과 원로 국문학자들, 한국문학진흥재단 성기조 이사장님과 문학박사 회원들, 그리고 전국 한글서예단체인 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조종숙 명예회장과 서정수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대거 참여했었고 우리 제주에서는 고재환 박사를 비롯해서 제주어보전회 양전형 이사장과 제주바다의 사나이 해양탐구가 채바다 선생과 제주장학재단 현왕수 이사장과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문화예술계 인사들, 그리고 한글서예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렇게 거창한 전국행사 개막식에서 제주 이금미 시인이 시 두 편을 낭송했는데,

“거룩할손 세종대왕/ 펴신 한글 과학시대/ 온 세계를 밝혀 주네/ 짚신 땅 보배 임금님/ 세계 으뜸 자랑일레/ ” ㅡ계속ㅡ

위와 같이 처음 오동춘 선생시 세종찬가를 낭송할 때는 모두가 숙연하게 청취했는가 하면 두 번째로 이어진 박영희 선생 서예작품 윤봉택 선생 제주어 시를 낭송할 때는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바당에 강 보민/ 름 아니 부럼신디/ 절만 칭원허게 쳠서라/ 새별코지 생겡이덜 닥살 벌리멍/ 름코지에 사그네/ 목 른 한숨만 쉬엄서라/ 누게 완 영해부런 가신디/ 모를 갯창 작박에 붙엉/ 을큰허게 살아온 나 설룬 어멍 아방덜/ 테왁 져아졍 대천바당에 숨비질 허곡/ 감테 져아졍 오름밧디 강 뿌리곡 허멍도/ 께르륵 동녕바치 이녁 올레 오민/ 쉰다리라도  사발 먹엉 가렌 허멍 허던/ 나 설룬 어멍 아방도 가부렁 어신디/ 저 름코지 빌레왓딘 름만 부난/ 어떵영 졸꺼꽈/ 어떵해시민 조커니/

이게 무슨 말이지? 지금 뭐라고 하는 말이지? 이게 어느 나라 말이지? 관중석에 앉아있던 청중 모두가 옆 사람 얼굴을 마주보며 놀라는 표정으로 의아해 했다. 제주 말이 알아듣기 어렵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하며 지금 낭송한 제주어 시를 풀어서 낭송해 달라고 주문이 빗발쳤다. 이금미 시인은 주문을 받아들여 표준어로 풀이 돤 시를 그 낭낭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낭송했다. 그제서야 그렇게 서글픈 시의 문장을 한 구절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들을 끄덕였다. 이 자리에서 제주어의 이색적인 어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시 구절을 통하여 전국에서 모여진 학자들과 청중들에게 제주어를 직접 들려주고 있는 이금미 시인은 옛 탐라국에서 온 중세기 탐라인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진 제주 고재환 박사의 학술강연을 듣고 있는 전국에서 모여진 학자들은 제주어의 단어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 뜻이 쉽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한민국의 표준어와는 확고히 다르다는 느낌 속에 관심 있게 듣는 모습이었다.

제주의 보물인 제주어는 제주인의 삶의 근원이자 힘이며 탐라의 얼이 담겨져 있는 제주인의 정신이다. 삼다도에 사는 제주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제주인다워야 하겠다. 그리고 제주어를 갈고 닦아 전 세계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참신하고 독창적이며 아름다운 언어로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음을 이 아침에도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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