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진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7월 28일 토요일 오후 흐린 때에 옌타이 시민들과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한껏 상기되어있었고, 모두의 눈에서 각자 그간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7월 한 달은 달의 모양이 바뀌듯 매일 매일이 달랐고, 다사다난 했다. 그리고 우리의 머릿속엔 다채로운 기억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시민들 앞에서, 카메라 앞에서 한 달간의 기억들을 쏟아냈다.

첫 일주일은 온전히 공원을 디자인하기 위해 쓰였다. 첫 시간부터 해서 건축가 Hubbel 씨는 매일 우리에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자신의 생각들을 조심스레 얘기해 주었다. 우리는 마치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생각을 하나하나 알아갔다. 우리는 
각자가 Hubbel의 이야기 조각들을 다르게 해석했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맞는 조각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첫 주 마지막 날 우리는 Hubbel에게 드로잉으로써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고, Hubbel은 이제 사람들에게 들려줄 차례라고 했다.

나머지 3주는 온전히 시공을 위해 쓰였다. 모두가 건축을 배워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왔던지라 첫 삽은 가장 힘들었다. 모든 작업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서툴렀고, 같은 팀원이었던 사람들 외에는 아직까지도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공원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할 때 쯤, 우리는 각자 알아서 자기의 위치를 찾아갔고, 그것은 상당히 능률적이었으며,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자그마한 공원 대지에서 부대끼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웃다보니, 마침내 우리의 이야기는 실체화 되었다. 한 달은 서로를 온전히 알아가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매개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태평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태평양은 단순히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 있는 망망대해가 아니다. 태평양 주변에는 여러 나라들이 인접해 있으며,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을 가졌지만, 합심하여 전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도 태평양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마치 올림픽 성화와 같이 태평양 연안을 따라 차례로 생겨나고 있는 환태평양공원(Pacific Rim Park)에 그 의미가 있다.

성화가 언젠가 한 바퀴를 돌게 되면, 환태평양에 퍼져있는 각 공원들은 마치 진주 목걸이처럼 연결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공원조성이라는 물질적 영역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한 달 동안 이뤄낸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 어느 한 목표를 향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과 같이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환태평양 주변국으로써 가져야할 자세인 것이다. 그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고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라 믿는다.

앞으로 우리가 바다를 보게 될 때 우리는 중국에 있는 PRP가 생각이 날 것이고 중국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제주의 PRP - '디딤돌'을 거쳐 중국에 도달한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서 퍼져나갔다.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점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경험한 이야기를 얘기할 것이다.

앞으로 참여하게 될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그냥 프로젝트를 즐기라고, 그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언젠가 환태평양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아갈 때 쯤, 중국에서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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