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원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논설위원

국내 한 회사가 1905년 러·일 전쟁 때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찾았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보물선 소동은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물선을 내세운 사기행각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태평양전쟁 이후 아시아지역에서 '보물찾기'라고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대표적 사례는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군에 의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약탈된 전리품들이 필리핀에서 일본군의 패전 직전에 동굴이나, 터널 그리고 지하 단지에 은닉되어졌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를 근거로 한 야마시타 골드(Yamashita's gold)라 불리는 금괴를 찾아다니는 보물사냥꾼들과 이에 얽힌 무수한 일화들이다. 이 야마시타 골드 전설을 이용한 보물찾기는 동남아를 넘어 한국으로까지 파고들기도 하였다. 이 금괴의 일부가 국내에 상당량이 은닉되어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추종하는 이들이 경기도 연천과 서울 일원에서 굴착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일본과 관련된 보물찾기에 더하여 중국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보물찾기 소동이 있다. 바로 중국국민당과 얽힌 보물이야기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태평양전쟁이 막을 내리자 국민당과 공산당은 중국대륙의 지배권을 놓고 다시금 내전에 돌입하였다. 당시 부패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민심을 잃은 장개석의 국민당은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에게 패하면서 난징에 있던 국민당 정부를 대만의 타이베이로 옮겼다. 전세가 불리해졌을 때부터 장개석은 최후의 보루로 대만을 생각하고 있었고, 수천 년 찬란했던 중국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진귀한 보물들을 미리 대만으로 옮겨 놓았다. 

바로 이 국민당이 남긴 보물과 황금을 미끼로 보물찾기를 유혹하는 사기꾼들의 행각은 비교적 최근까지 성행했었다. 대표적인 수법이 2009년에 화제가 되었던 국민당 지하자금과 관련된 비밀동굴 사기사건이다. 당시 이 일당들은 "1949년 중국 국민당 정부가 퇴각하면서 비밀조직인 매화당을 통해 수천조 원이 넘는 지하자금을 고액의 채권과 금괴 등으로 비밀동굴에 숨겨뒀는데, 최근 자신들이 입수한 비밀지도를 통해 발견했다"며 국내 부유층들에게 접근했다. 이어 가짜 보물지도와 채권 등을 보여주고 투자자를 모아 '3천 4백조 원에 달하는 채권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선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권유하여 17억 원을 가로챈 일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국민당이 우리 임시정부를 지원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삼아 국민당 고위층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국민당보물을 일부 빼돌린 것이 있다라든지 혹은 대만 장개석 총통으로부터 건네받은 국보급 유물이라며 싸구려 골동품을 수백억 원대 가치가 있는 국보급 유물로 둔갑시켜 판매하려는 사기 또한 2000년대 이후 빈번히 들려왔다. 

제주 또한 보물찾기 소동에서 비켜가지 않았다. 제주시 산천단 곰솔나무 인근 지역에서는 "일본군이 중국 동남아일대에서 강탈한 80여t의 금괴를 일본으로 가져가기에 앞서 곰솔지역에 몰래 숨겨놓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1조원짜리 금괴'를 찾는다는 보물찾기 소동이 수차례 벌어진 바 있다.

필자의 주변인 중에서도 이 어처구니없는 사기행각에 현혹되어 도자기 구입이나 금괴발굴에 참여하였다가, 필자의 만류로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심지어는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중국의 국보급보물을 기증하겠다며 제주대학교의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때가 되면 한번 씩 등장하는 보물찾기 소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찾고 지켜야 할 진정한 보물은 전설 속이 금괴가 아닐진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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