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 차장

집 가(家)와 겨레 족(族) 가족. 슬플 때는 위로가 되고 기쁠 때는 그 행복을 부풀려 주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것이 가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 따뜻함을 연상케 하는 '가족'이란 두 글자가 형용할 수 없는 '평생의 아픔'으로 각인된 이들이 있다. 65년 전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남측과 북측으로 뿔뿔이 흩어져 생사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부터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인원은 13만2603명이다. 화상상봉 및 상봉이 이뤄진 이산가족은 2만6392명으로 전체의 19%에 불과한 등 6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생존자도 감소하고 있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8·15 광복절을 계기로 한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 20일 이런 가운데 20일 89명의 남측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했다.

금강산행 버스에 몸을 실은 이산가족은 대부분 고령으로, 이들의 얼굴에는 긴 세월을 대변하듯 주름이 자리했지만 배웅하는 가족들을 향해 창밖으로 흔드는 손과 미소는 어린시절 그들의 설레임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 헤어진 이후 '첫 만남'이 생전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 기회가 주어졌다는데 대해 감사함을 드러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상봉행사가 아닌데다, 참여가능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차례를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름진 손에는 가족에게 전해줄 선물보따리가 가득했다. 변해 버린 모습이 어떨지 몰라 이것저것 모두 넣었다. 또 기약 없는 만남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이날 상봉행사에서는 당시 헤어진 형제·자매가 세상을 떠나 조카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참가자도 있었다. 오는 9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됐다. 생이별로 오랜 시간 그리움을 안고 살았지만, 살아있음 볼 수 있다는 기대마저 쉽지 않다. 이들 표현 그대로 '생 전 한 번이라도…' 마주할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행사 정례화에 대한 양 정상의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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