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봉이 김선달과 같은 옛날 사람들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생각을 했다는데 4차 산업혁명을 겪고 있는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어떨까.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은 자신들이 방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숙박을 원하는 수요자와 빈 방을 가지고 있는 공급자를 연결하여 수익을 실현하는 숙박공유시스템을 만들었다. 오프라인의 구매활동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최대한 활용했을 뿐인데도, 기존에 생각지도 못한 공유경제 방식으로 2017년 무려 26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구매과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수요자나 공급자가 얻는 혜택이나 편리성을 증가시키는 효율성 높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수요자는 무료로 또는 가격비교를 통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고, 공급자는 최적의 소비자를 만나 원하는 이익을 얻고, 시장을 열어준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은 이들을 연결해준 댓가를 받아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여하는 누구나 이익을 얻게 하는 이 시스템이 플랫폼이며, 이처럼 플랫폼은 참여하는 대상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이익이 돌아가야만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발전한다.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플랫폼은 디지털 네트워크 안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참여하여 거래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인스타그램이 열어놓은 공간에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이 시장이 되어 광고주를 불러모으고 다시 광고주인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의 수요자로 역할을 하면서 서로 원하는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도 시대에 앞서는 제주의 비즈니스 모델로써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핵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스위스의 주크시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시키면서 블록체인 기업과 투자자들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벌써 경상북도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하여 주크시의 관련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업무협약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크시가 이미 2016년부터 비트코인으로 공공서비스 요금을 결제하고, 신분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도서관이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음을 볼 때, 관광도시라는 측면에서도 제주가 다른 도시보다 스마트시티로의 위상정립에 있어 경쟁우위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사업에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체계가 중요하다.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이익을 줄 수 있는 명확한 틀이 없다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그리고 연결자의 역할이 각 영역에서 조직적으로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적인 표준화의 틀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수요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고, 공급자는 행동 변화를 이루어 낼 수준의 가치로 설득시켜 참여자 모두 선순환 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혁신적이지도 않은 상품에 행동변화의 수준을 높게 요구하면 외면받게 되므로 시장성을 가늠할 수 있어야만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어느 영역에서나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참여자 모두에게 유용하게 운영되는 전략이 플랫폼 구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도 플랫폼 구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혁신적인 상품이나 산업에는 늘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과감한 시도 없이는 지역의 경쟁력도 높일 수 없게 됐다.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고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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