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식 제주소방안전본부 예방지도담당

수처작주(數處作主)란 임제선사의 설법을 정리한 임제록에 나오는 문구로 어느 장소에서든 주인이 되라는 뜻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으로서 행하면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말로 비록 불교의 설파에 관한 내용이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수많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수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부터 지난 겨울 발생한 제천·밀양화재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크나큰 사회적 피해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의식 부재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 등 개인주의 성향이 사고를 크게 증폭시키는 커다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건물이나 주택에 소방시설이 왜 설치돼 있는지,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비상벨이 울리는 데도 밖으로 피난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느 누군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 다시 말해 본인의 안전을 타인에게 의탁하는 경향이 사고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방안전특별조사는 관계인으로 하여금 대상물의 안전에 관한 책임의식을 스스로 느끼고, 안전을 강화하도록 하는 한편, 정보공개를 통해 안전 선택권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게 소방특별조사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거부감을 갖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장난 소방시설 한두개 쯤이야 지금 당장 문제되지 않으면 방치하고, 비용을 들여 고치려니 왠지 나만 손해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장난 소방시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더 많은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안전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화기부터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더 나아가 주변에 설치된 소방시설까지 관심을 갖는다면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어떠한 화재예방 정책보다도 더욱 확실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안전의 주인은 바로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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