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동우회장·전 행정부지사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 안이 확정돼야 하는데 점점 더 미로(迷路)로 빠져들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안 확정을 맡은 공론화위원회는 지난주에 4개 입시안(案) 중 2개의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다. 김영란 공론화 위원장은 "어느 한쪽으로 밀어붙이듯 딱 결론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시민들이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학부모들 불만이 많고 견해가 제각각이라는 걸 여태 몰랐다니 그 자체가 놀랄 일이다. 시민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1안은 '수능전형 45% 이상 확대'이고 2안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였다. 1안이 확정되면 수능이 중요해지고, 2안이면 학교 내신이 중요해진다. 

한국의 대입 제도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걸 증명이나 하듯 대입 제도가 해방 이후 수십차례 5년이 멀다하고 바뀐 셈이자. 역대 정부는 조금만 문제점이 드러나도 수술대에 올렸고, 특히 진보나 보수 상호 정권이 바뀌면 여지없이 난도질을 당했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로 17개 시·도 중 15개 시·도가 진보교육감이고 교육부장관마저 진보장관이 들어섰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촛불혁명의 광장과 거리에서 많은 이들이 정치권력의 부당함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의 적폐를 비판하면서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는' 민주주의를 안타깝게 이야기했다"며 "이제 광장에서 생생하던 민주주의는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과 교육민주화로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 광장과 대학 입시 제도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진보적 큰 수술을 하려고 수술대에 올려놨으나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공론화위원회에 그 결정을 미뤘다. 공론화위원장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 법의 장본인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이 공론화 위원장을 맡았지만 별수가 없이 만족할 만한  결론을 못 내고 결정권자인 교육부로 돌아가기가 쉽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정권의 입맛에 맞추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보수의 입맛에 맞추는 교육 포퓰리즘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교육 정책을 진보와 보수로 이분화 되어서는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잠간 미국의 대입제도를 살펴보면  4가지 전국단위 수능시험이 있다. SAT (SAT1, SAT2), ACT, AP이고, 모두 상대평가다. 대학별로 각 시험에 대한 입시 반영 비율이 다르다. 미국의 수능은  전 세계에서 응시하고 있다. 경쟁이 심하다.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입 컨설턴트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심지어 유치원부터 차별적인 코스를 밟는다. 현재의 미국의 대입제도는 개별성이 강화된 총체적 평가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입제도의 특징은 대학의 자유재량의 허용과 이에 따른 대입 결정의 비투시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즉, 각 대학은 지역적, 상황적, 시대적 요구에 따라서 대학 입학 방식을 수정해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가난했기 때문에 30년 전에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자식들은 똑같은 환경과 여건에서 둘은 이름이 많이 알려진 대학을, 둘은 이름이 덜 알려진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입시제도가 달라서 각기 다른 대학에 들어간 것이 아니고 각자의 노력에 따라 대학에 들어갔다. 나라의 교육 발전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상향평준화에 그 열쇠가 있는 것이다. 평준화 교육은 하향평준화로 나가는 길과 다름 아니다.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사교육비가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교육비를 최대한 증액해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학생들의 실력을 한없이 높여야 한다.

자원이 없는 한국에 그나마 경제 10위 국가로 부상하게 된 것은 그동안 경쟁력 있는 교육의 결과였다. 우리나라 교육이 경쟁력이 없었고 인재가 없었다면 아직도 후진국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평준화 교육과 같은 포퓰리즘은 미래 나라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교육정책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어야 하고 자주 바뀌므로 인해 '정부의 혼선에 학부모와 학생들만 대혼란'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나라를 원망하며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이다. 

본고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내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제도를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하자"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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