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친 돼지들(자료사진).

재난급 무더위·무강우 겹치며 부담 늘어…시설 확충 등 농가 몫으로
파종 전·발아 지연 등 피해 산정 안 돼, 법 개정 맞춰 보완책 추진

가업을 이어 양계장을 운영하는 이 모씨(44·제주시 애월읍)는 최근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 전기요금 중 가장 저렴한 농업용 전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재난급 폭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씨는 "지난 달만 430만원 넘게 나왔다"며 "혹한기에도 한달 평균 100만원 대, 지난 여름도 많아야 월 300만원 선이었는데 올해는 방법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폭염 2차 피해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정부까지 나서 긴급 급수와 축사 냉방장치 지원 방침을 내놨지만 농심(農心)과는 온도차가 컸다.

이씨의 경우 사양관리를 위해 안개분무기와 팬, 에어컨까지 동원했다. 폭염에 일조시간까지 길어지며 24시간 가동하지 않으면 양계장 온도를 떨어뜨릴 수 없었다. 냉방시설 효과가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았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금까지 상상도 못해본 전기요금이 나왔다.

또 다른 농가 김모씨(52)는 "1대당 500만원이 넘는 안개분무기를 추가 시설하고, 잦은 고장에 따른 수리비용까지 감안하면 올해는 망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사정들에도 정부 등이 내놓은 폭염 2차 피해 대책에는 이에 대한 보전은 없는 상황이다. 재해보험 처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축사현대화 등을 내용으로 중·소규모 농가로 농가당 300만원 이내 범위에서 국가가 30%를 보조했다.

농작물도 마찬가지다.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한 상황은 피해에 포함하지만 파종 전 단계는 집계하지 않는다. 여기에 수급조절을 위해 비축물량을 조기 투입하는 상황이 맞물리면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 상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객관적으로 계측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재난안전법 개정으로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되는 여부 등에 맞춰 지원·대응 방안을 계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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