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에 '한라봉' 비닐하우스 파손
비 피해 걱정과 복구 생각에 앞이 캄캄

"'차바' 등 그동안 태풍에도 끄떡없었는데 이렇게 피해를 입을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난 22일과 23일 태풍 '솔릭'이 제주지역을 지나가면서 할퀴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깊게 패였다.

제주도 서쪽지역을 통과한 태풍 '솔릭'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면서 수확을 손꼽아 기다리던 농민들의 기대와 영농의지마저 무참히 꺾어버렸다.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서 2970㎡(9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강창수씨(41)는 23일 비닐이 찢겨 바람에 펄럭이고 하우스 철제기둥이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비닐하우스를 보며 한숨만 토해내고 있었다.  

더욱이 또 다른 태풍 '시마론'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강씨는 휘어지고 찢긴 하우스를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강씨를 따라 들어간 비닐하우스 안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한라봉 열매가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만 강씨의 낯빛은 어둡기만 했다.

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 대부분 찢기면서 빗물이 그대로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데다 CCTV와 인터넷 등 자동화시설이 고장이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우스 기둥이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등 하우스를 자세히 살펴보자 멀쩡한 비닐하우스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강씨는 "이번 태풍 바람이 세다는 소식을 듣고 대비를 많이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십여 년째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번처럼 강한 바람은 처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 다른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아프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올해 농사를 망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바라보며 무심한 하늘을 원망했다.
김지석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