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솔릭 북상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23일 오전 제주시 한천에 빠른 속도로 물이 흐르고 있다. 한 권 기자

사제비 1029.5㎜·윗세오름 947.0㎜ 폭우...제주시 일강수량 265.1㎜ 역대 5번째
하천 범람 우려 한천·병문천·산지천 저류지 수문 개방...23일 밤늦게 영향 벗어나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를 강타한 가운데 한라산에 초속 62m에 달하는 강풍과 10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제주에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면서 예상 최대 강수량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주요 하천 저류지 수문이 개방되고 한천 저류지가 만수위를 기록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솔릭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22일부터 23일 오후 4시 현재까지 한라산에는 사제비 1029.5㎜, 윗세오름 947.0㎜, 삼각봉 833㎜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외 산천단 523.5㎜, 오등 506.0㎜, 서광 220.5㎜, 색달 217.5㎜, 송당 204.5㎜, 월정 143.5㎜, 금악 288.5㎜, 한림 231.5㎜, 제주시 301.9㎜, 서귀포 126.0㎜, 성산 109.9㎜, 고산 103.3㎜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23일 제주시 일강수량은 265.1㎜다. 이는 1923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5번째로 많은 것이다.

제주에서 역대 일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07년 태풍 '나리' 때로 2007년 9월 12일 하루에만 제주시에 420㎜의 폭우가 쏟아졌다.

바람도 거세게 몰아쳤다. 한라산 진달래밭에서는 23일 오전 4시 25분께 순간 최대풍속 초속 62m가 기록됐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대순간풍속 최고치는 초속 60m로, 태풍 '매미'가 내습한 2003년 9월 12일 제주와 고산 지점에서 기록됐다.

기상청은 "한라산 진달래밭 초속 62m 기록은 기상관서가 아닌 AWS 측정값이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주요 지점별 최대순간풍속은 제주 초속 32.2m, 서귀포 21.0m, 고산 37.1m, 성산 24.2m, 제주공항 34.1m를 기록하는 등 도내 곳곳에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태풍 솔릭은 23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35m, 강풍 반경 320㎞의 강한 중형급으로 서귀포 서북서쪽 110㎞ 해상에서 시속 8㎞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제주는 23일 밤 늦게나 24일 새벽 사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24일 아침까지 30∼80㎜다.

폭우로 하천 범람이 우려되자 제주시는 주요 하천 저류지 수문을 개방했다.

23일 오전 1시8분 한천 상류에 위치한 제2저류지 수문을 처음 개방한데 이어 한천 제1저류지와 병문천 제2, 5저류지, 산지천(남수각) 제4저류지 수문이 순차적으로 개방됐다.

한천교는 2007년 태풍 '나리'와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범람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병문천은 태풍 '나리' 때 범람해 제주종합경기장과 시외버스터미널 일대에 침수 피해를 남겼다.

22~23일 이틀에 걸쳐 폭우가 쏟아지면서 현재 한천 저류지는 저장용량 72만9228t으로 만수위를 보이고 있다. 58만9000t의 병문천도 물이 가득 들어찼다.

한편 제주도는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제주시 도심지 4대 하천의 물을 분산하기 위해 12곳의 저류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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