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5일 서귀포 오페라페스티벌 폐막
태풍 악조건 이겨낸 싱어들의 열연 감동

오페라 불모지 제주에 예술꽃 씨앗 뿌려

"태풍도 오페라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3년째 서귀포 오페라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수정 예술총감독(글로벌오페라단장)이 제주도민들에게 그토록 보여주고 싶어했던 '오페라의 정수'가 다시 한 번 서귀포에 펼쳐졌다.

23일 갈라콘서트 '라 트라비아타'에 이어 24일부터 25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는 좀처럼 오페라를 보기 힘든 제주도민들에게 제대로된 오페라가 어떤 것인지 눈과 귀로 직접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이틀간 성악가들은 태풍의 영향으로 흐트러진 컨디션을 이기고 혼신을 다한 열연을 펼쳤고, 객석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홀린 듯 숨죽이며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24일은 집중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출연 배우들은 전날까지 맹위를 떨친 태풍 때문에 오전 리허설을 못하고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연습후 다음 날 무대에 오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공연이 빈틈 없이 진행되고, 관객들의 압도적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최고의 실력과 프로의식을 갖춘 출연진 덕분이었다.

계명대 교수인 리골레토 역 김승철씨와 질다 역 강혜정씨는 해당 역할을 가장 잘한다는 평가답게 어릿광대와 딸이 겪는 비극을 깊이 있는 표정과 노래로 표현했다.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김동원 세종대 겸임교수도 테너로서는 어렵다는 고음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여자의 마음' 등 명곡들을 들려줬다.

마룰로 역을 맡은 서동희 명지대 객원교수를 비롯한 조연들도 유럽의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을 맡아온 유명 성악가들이다. 이들의 실력이 사실상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꽉찬 소리를 객석 구석구석까지 힘있게 전달한 비결이었다.

또 김승철 교수를 비롯해 제주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주 춤 연구회, 메트오페라합창단 등 제주 예술계와의 조화에도 세심히 배려한 흔적이 느껴졌다.

올해 오페라 불모지 제주에 베르디의 명작 오페라를 선물한 서귀포 오페라페스티벌이 내년에는 또 어떤 주옥같은 오페라로 도민들의 감성을 적실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페스티벌을 격려하기 위해 바쁜 일정에도 공연장을 찾은 정찬희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은 "처음에는 만류할 정도로 어려운 일인데 이렇듯 훌륭하게 치러내 감동했다"며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이 3년을 맞아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도 페스티벌을 끝까지 유지해달라"고 강조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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