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 예비검속 당시 계엄군 총살명령 거부
1948년 대정읍 하모리 무고한 희생 막아...경찰, 흉상 제작 예정

문형순 전 서장

제주 4·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고 문형순 전 제주 성산포경찰서장(경감)이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3일 위원회를 열어 문형순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하고 추모 흉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문형순(1897~1966) 전 서장은 1947년 7월 제주도에 부임한 뒤 제주 4·3에 이어 한국전쟁 발발 이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 명령을 거부한 인물이다.

1950년 8월 30일 당시 성산포경찰서장이었던 문 전 서장은 계엄군의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명령에 대해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는 글을 쓰고 공문을 돌려보내 민간인 221명을 풀어줬다.

문 전 서장의 '의로운 결단'으로 당시 읍면에서 수백명씩 도 전역에서 1000여명이 예비검속으로 희생됐으나 성산면 지역 예비검속자들은 6명을 제외하고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문 전 서장은 성산포서장으로 부임하기 전 모슬포경찰서 재직 때에도 무고한 희생을 막았다.

1948년 12월 당시 군경은 대정읍 하모리 좌익총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100여명의 명단을 압수했다. 이들 역시 처형될 위기였으나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있던 문 전 서장이 조남수 목사(모슬포교회)와 김남원 민보단장과 함께 이들에게 자수를 권유하고, 전원 훈방했다.

문 전 서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9년 4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단체 '국민부'에서 중앙호위대장으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에도 가담했다.

1953년 9월 경찰복을 벗은 문 전 서장은 퇴직 후 제주시 무근성에서 경찰에게 쌀을 나눠주던 쌀 배급소에서 일을 했으며, 제주극장(현대극장의 전신)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다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후손 없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 전 서장은 국가보훈처에 독립운동 참여자로 등재돼 있으나 보훈 혜택은 받지 못했다.

경찰은 이달 중 제주지방경찰청에 예산을 내려보내 흉상을 제작하고, 경찰 추모주간인 오는 10월 3번째 주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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