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숙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책임컨설턴트

며칠 전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와 식사자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지인이 고민 아닌 고민거리가 있다며 넋두리를 섞어가며 조심스레 물어온다. 지인의 아버지가 올해로 76세인데,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하다 10여년 전에 귀국해 지금까지 100여 세대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직을 무리없이 잘 해왔다. 그런데 이제 퇴직을 하고 더 큰 아파트관리소장으로 이직을 하겠다는 것이다. 원체 강골에 건강관리를 잘해왔다지만 이제 곧 80세를 바라보는 연세에 이직을 한다니 자식 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니란다. 그렇다고 현재 근로환경이 열악하다거나 고령이라서 입주민들이 퇴직을 권고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저출산과 사회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일자리창출 등이 시대적 화두가 됐다. 저출산율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소비마저 위축돼 국가경제가 장기침체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고령사회에 대한 중고령자들의 노후준비를 위한 일자리 수요들이 날로 증가추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정년과 퇴직 등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노후를 준비하려는 5060 신중년층들의 취업, 창업에 대한 열정과 요구 또한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및 제주특별자치도정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시행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이 시점에 즈음해 20여년간 직업훈련과 일자리분야에서 진로설계와 직업상담에 종사했던 필자 입장에서 인생2모작을 준비하는 신중년 세대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청년시절 신입사원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눈높이를 맞추고,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찾아낸 다음, 자신의 미래를 설정하는 이른 바, '빅픽처(Big Picture)'를 그려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둘째,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분야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받거나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쉽지 않다고 해서 나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 '먹돌도 똘람시민 고망난다'는 제주속담을 가슴에 새겨볼 만하다. 

셋째, 일자리지원 관련기관을 찾아 전문상담사들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전문가들의 조언과 상담을 통해 적성검사를 비롯해서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요령 등을 숙지하고, 취·창업 전문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홀로서기'하는데 큰 조력자가 돼 줄 것이다. 도내에 있는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제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제주센터,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제주시니어클럽 등, 취·창업 관련 공공서비스기관을 적극 활용하면 자신이 몰랐던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항상 조그마한 수첩이라도 들고 다니며, 그날 그날의 계획이나 일정 등을 꼼꼼이 체크하면서 하나씩 메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달력만 보고 날짜 세면서 주변을 돌아본 후 시작하려고 한다면, 그 때는 그 때대로 또 다른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밀가루를 팔려고 하면 바람이 불고, 소금을 팔려고 하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딱 좋은 핑계거리가 될 것 같다. 

이제 인생은 100세 시대가 됐다. 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즐기며 무병장수하고 '웰다잉(Well-Dying)'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축복일 것이다. 반면에 그에 대한 필요조건은 건강하면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꾸준한 경제활동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신중년층은 대한민국 산업사회의 중심축으로 국가와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앞만보고 내달려왔던 고마운 세대들이다. 이제 산전수전 다 겪어왔던 그들의 인생 후반전에 공중전, 수중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 중앙과 지방정부, 관련기관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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