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기념관에는 '의로운 사람들'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는 4·3 광풍 속에서 무고한 양민학살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의인들이 소개돼 있다. 문형순 전 성산경찰서장과 김익렬 장군, 몰라구장 김성홍씨, 서청단원 고희준씨, 강계봉 순경, 장성순 경사, 외도지서 방경사(이름 미상), 장시영 의사와 김순철 신촌파견소 순경 등이 그들이다.

이들 의인 가운데 문형순 전 성산경찰서장이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경찰정신에 귀감이 되는 전사·순직?경찰관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문 전 서장은 성산경찰서장이었던 1950년 8월30일 계엄군의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명령을 '부당하므로 불이행'한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이로 인해 다른 읍면에서는 수백명씩 목숨을 잃었지만 성산에서는 단 6명의 희생자만 나왔을 뿐이다. 문 전 서장은 앞서 모슬포경찰서 재직 중에도 도민들의 희생을 막았다. 상부의 명령임에도 거부하고 무고한 양민을 살린 문 전 서장의 의로움이 이제 경찰 내부에서도 인정받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4·3의 광풍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을 구해낸 문 전 서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정권 하에서 유대인 학살을 막았던 오스카 쉰들러에 비유해 '제주의 쉰들러'로 불린다. 문 전 서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9년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단체 '국민부'에서 중앙호위대장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도 헌신했다. 4·3 당시 토벌대 지휘관 대부분은 일본군 출신이었다. 그들이 초토화작전을 펼치며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할 때 독립군 출신이었던 문 전 서장은 도민들의 억울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4·3 의인들은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맞선 이들이다. 이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평화·인권의 4·3정신과도 맞닿아 있음이다. 문 전 서장의 '경찰영웅' 선정이 더 많은 4·3 의인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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