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있어 먹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다.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먹는 문제는 사회문제다. 

1967년 미국에서 '제2의 수확(Second Harvest)'라는 것으로 시작해 캐나다, 프랑스, 독일 그리고 유럽푸드뱅크연맹으로 확대되면서 비영리기관을 중심으로 먹거리 나누기 운동이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일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식품기부와 나눔 등이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로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저소득층으로 대거 유입됐다. 또 결식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1998년 정부 주도형 푸드뱅크(Food Bank) 사업이 출범됐다. 운영자(푸드뱅크), 이용자(수혜자), 기탁자 등이 중심이 돼 전국, 광역, 기초 등 푸드뱅크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 이용자는 결식아동, 홀몸어르신, 재가장애인 등이 우선 이용 대상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과천에서 처음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440곳의 푸드뱅크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부식품 모집 실적은 1998년 제도 운영 첫해 27억원에서 지난해 202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용자 또한 1998년 1만8830 가정에서 지난해 27만5898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2006년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기부의 범위를 식품에서 개인위생에 관한 생활용품까지 확대됐다. 

제과류·즉석식품·냉동식품·통조림 등 가공식품, 된장·고추장 등 장류와 소스류·기름류 등 장류 및 식용유, 주스 등 음료류, 소시지 등 육가공류, 두부 등 신선식품, 제과점 제빵류 등 5가지로 크게 구분해 기부식품을 제공한다. 

위생관련은 세탁용 세제 등 세제류, 화장지 등 휴지류, 수건류, 유아용 기저귀 등 기저귀류, 치약 등 신체위생용품류, 여성위생용품류, 고무장갑 등 청소·환경 위생용품, 가전 가구 등 내구소비재, 의류 등 의류 패션잡화 등 28가지가 확대됐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광역푸드뱅크 1곳, 푸드뱅크 3곳, 푸드마켓 2곳 등 총 6곳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이용자는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 이용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긴급지원대상자, 주거나 교육 급여 수급자를 포함한 차상위계층, 생계·의료급여 수급신청 탈락자와 급여가 중지된 사람, 기타 기부식품 등이 긴급히 필요한 저소득 대상자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 기부식품에 여유가 있을 경우 시설이나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운영된 제주 푸드뱅크는 지난한해 22억원 이상 기부식품을 모집했으며, 이용건수가 1만건이 넘었다.

푸드뱅크 사업과 관련 필요한 기부식품은 여전히 부족하고 대도시 중심의 기부, 인력이나 장비 등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 유통기한의 경우 최소 15일 이전에서 30일 이전으로 강화됐다.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너무 많이 생산해서, 양이 너무 많아서 남겨지고 버려지는 음식은 1조를 넘어섰다. 그리고 아직도 전 세계 인구의 10%는 가난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매년 나눔을 위한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한 실정이다. 돌볼 곳이 많음에도 돌볼 손길은 여전히 부족하다. 오는 9월 8일 제주나눔 대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잊혀져가는 품앗이와 수눌음 정신을 다시한번 되새겨보기를 희망해본다. 콩 한쪽 나눌 수 있는 그 시절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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