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퍼니처 태풍 전 후 사진

알뜨르비행장 2개 대형작품 완파…"파손 심해 철거 불가피"
비엔날레 직후 작가 철거 요구…도립미술관 '관리' 방침 무색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일원에 설치된 제주비엔날레 야외 미술작품 일부가 태풍으로 파손됐지만 1주일째 방치되고 있다.

앞서 작가가 '비엔날레 직후' 작품 이전이나 철거를 요구했음에도 현재 자리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온 제주도립미술관도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30일 섯알오름학살터 입구 광장에 설치된 비엔날레 설치작품들을 확인한 결과 김해곤 작가의 작품 '한 알'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그룹의 '커뮤니티 퍼니처' 등 2개 작품이 지난 23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솔릭'으로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

김해곤 작가의 작품은 전체가 기울고 일부는 인근 밭으로 떨어져나갔다. 커뮤니키 퍼니처는 아예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

이들 두 작품은 이 일대를 지나거나 일제강점기 격납고 등 다크투어를 하면서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작품들이다. 작품들은 알뜨르비행장이 지니고 있는 전쟁의 역사를 치유한다는 뜻을 담고,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의 커뮤니티를 목표로 휴식의 기능도 갖췄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상 평소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지반이 연약해 대형작품은 파손되기 쉽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해곤 작 '한 알' 태풍 전 후 사진

실제 김해곤 작가는 "계약기간은 비엔날레가 폐막일인 지난해 12월 3일까지다. 강풍 등으로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폐막 시점에 맞춰 작품을 철거해달라고 도립미술관에 요청했지만 작품을 잘 관리하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왔다"며 "그동안 작품이 기울어지거나 일부가 떨어져나갈 때마다 보수해왔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쓸쓸해 했다.

이에 대해 관리 주체인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그동안 작품을 이전할 장소를 물색해왔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이번 태풍 피해로 '한 알'과 '커뮤니티 퍼니처'는 철거하기로 했다. 보수예산이 없을 뿐더러 거의 새로 설치하는 수준의 예산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작품이 설치된 광장은 알뜨르 다크투어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철거 이후 대형작품으로는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만 덩그러니 남게 돼 공간의 상징성이 옅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해 9월 제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알뜨르비행장이 제주 다크투어리즘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소 3년간 작품을 전시한다는 공군과의 협의 내용을 밝혔다. 지난 5~7월 제주비엔날레 후속으로 알뜨르 일대 조형물과 4·3유적을 탐방하는 '알뜨르 프로젝트 2018'이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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