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옥 할머니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최고령' 강정옥 할머니
1948년 돈 벌러 나간 넷째동생 70년만에 만나

"얼굴보니 눈물만…함께 내려왔음 좋으련만"

"사랑하는 정화야. 걱정없이 건강하게 잘 살거라. 오래 살다 보민(살다 보면)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꺼여(꺼야). 잘 살고 있어야 한다"

30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만난 강정옥 할머니(100)는 지난 2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에서 만나 헤어진 북측 여동생 강정화씨(85)를 그리며 말했다.

강 할머니는 1남4녀 중 첫째 딸이며, 동생 강씨는 넷째 동생이었다. 동생 강씨가 15살이었던 1948년 돈을 벌겠다며 서울 방직공장에 취직한 후,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며 제주에 있던 가족들과 완전히 소식이 끊겼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70년만의 만남인 셈이다. 

특히 강 할머니의 상봉은 여러 차례의 상봉 신청 끝에 이뤄진 '기적'이었다. 과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년에 걸쳐 여러 번 신청을 했지만 매번 떨어졌다. 

이번 행사에도 상봉을 신청했지만 남측 가족 신청이 모두 거절당해 좌절하고 있다가, 북에 있던 동생 강씨의 신청으로 상봉이 이뤄졌다. 강 할머니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 중 최고령이다.
동생 강씨는 평안남도 문덕군에 거주하며 의사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생사를 모르던 자매를 만난 강 할머니는 "동생 얼굴 보난(보니까) 눈물 밖에 안나더라"며 "잘도(너무) 사랑스러워서 오랫동안 기쁘게 놀다 왔다. 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상봉 현장에서 놀란 것은 강 할머니보다 동생 강씨였다. 강 할머니의 딸인 조영자씨(65)는 "이모는 어머니가 100세까지 살아계실 줄 몰랐나 보다"라며 "이모에게 '큰 언니~ 정옥이 언니~'라고 말하니 깜짝 놀라셨다"며 강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강 할머니는 동생 강씨와의 기억을 추억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강 할머니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오늘 바끼(밖에) 나갔는데 똑 같은 아이 봐져라(보이더라)'는 말씀을 많이 하며 그리워 하셨다"며 "오래 살아사(살아야) 한번 더 볼껀디(볼텐데)"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강 할머니는 동생과 헤어지던 지난 26일을 회상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동생에게 '고치 글라 가게(같이 가자)'라고 말을 했다. 친정 봉성도 좋고 현재 살고 있는 납읍도 좋다. 밭일 하면서 충분히 살아진다. 나가 먹영 살리켜(내가 먹여 살리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통해 심리상담 지원에 나선 이향주 한라상담심리지원센터장은 "300살까지 살겠다며 행복해 하는 강 할머니는 가족과 헤어진 상실감보단 만남의 기쁨이 더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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