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 김지순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

향토음식 명인 1호 선정
요리학원·음식점 등 창업
제주만의 전통방식 살려
식재료 등서 존경심 발견

"그동안 해온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주도는 남쪽 바다에 외로이 박힌 섬으로 과거에는 먹을 것이 매우 귀했다. 바람이 심한 제주바다에서 뱃사람은 목숨을 담보로 먹을것을 건져냈다.

뭍에서 제주로 유배온 선비들은 섬사람이 나눠준 식량으로 연명해야 했다. 매 끼니가 고비였던 것이다.

질그릇처럼 투박하지만 은근한 맛이 깃들인 옛 조상들의 삶을 되짚어 전통의 제주도 밥상을 차려낸 주인공이 바로 김지순 명인(83)이다. 

제주 토박이 김 명인은 홀어머니와 할머니 슬하에서 제주의 손맛을 깨우쳤으며 지난 1970년대 유명 요리연구가 故왕준련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요리의 길에 들어섰다.

김 명인은 제주도에 있는 자신의 요리학원과 한국식생활연구소,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등에서 활동하며 제주 향토음식 연구와 보존에 힘써왔다. 전통방식으로 제주의 옛맛을 그대로 살려낸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최초로 제주도 향토음식 명인 1호로 선정됐다.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가정과를 전공한 김 명인은 제주와 다른 지역의 음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향토음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제주도 안팎을 오가며 제주 향토음식을 꾸준히 연구하던 김 명인은 지난 1985년 제주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요리학원을 설립했다. 제주의 음식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양념을 많이 쓰지 않지만, 자연 그대로의 본 맛을 살려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터득했다.

김 명인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원재료 맛을 십분 살리는 음식이 제주 향토음식"이라며 "매운맛을 내려면 풋고추를 직접 썰어넣지 고춧가루나 고추장 같은 양념을 쓰지 않았으며 장독에서 그대로 풀어놓은 자연산 된장을 쌈으로 싸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향토음식 명인으로 선정된 김 명인의 이름을 건 음식점 '낭푼 밥상'은 제주 음식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소중히 하는 공간이다. 제주의 옛 음식을 음미해볼 수 있는 밥상을 차려낸다. 그만큼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존경심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김 명인은 "제주 전통방식을 살린 제대로 된 향토음식전문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정성스럽게 준비하게 됐다"며 "제주의 음식은 손을 대지 않은 자연의 맛으로, 그야말로 웰빙식"이라고 강조했다.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가장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 웰빙 음식을 낭푼 밥상에서 맛볼 수 있다. 

김 명인은 "음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으며 제주만의 독특한 맛을 살려 뿌리깊은 제주음식이 돼야 한다"며 "평생을 연구해온 제주 향토음식의 가치를 널리 전달함으로써 투박함 속에 감춰진 제주 사람들의 지혜로운 삶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