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며칠전 이산가족 만남이 2차례로 나눠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됐다. 70여년만에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렇게 만난 부모, 형제와 삼촌·조카들은 2박3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헤어질 때 "통일될 때까지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몇차례의 이산가족 만남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전개됐다. 이산가족들은 헤어질 때마다 통일 후에 다시 만나자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그 때마다 통일이라는 말은 다소 공허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일이라는 말이 이전과는 약간 다르게 느껴졌다. 최근 잇따라 열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통일'은 하나의 구호에 불과했다. 더구나 통일이 '국민적 당위성'을 가졌다고는 하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왜?"라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남의 일이 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이 광복절을 맞아 실시한 '국민 통일의식 설문조사'를 보면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예년보다 좋아지고 있으나 통일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 결과에 따르면 남북관계에 대해 '협력대상' 41.8%, '경계대상' 33.7%, '적대대상' 11.3%, '지원대상' 8.6%, '경쟁대상' 4.6% 순으로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협력대상'이라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25.3%p 증가한 반면 '적대대상'이라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25.0%p 감소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긍정입장'이 55.3%, '부정입장'이 44.7%로 지난해보다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에서는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 20.4%,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것이 좋다'가 45.6%로 여전히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상당 기간 공존상태 유지' 25.1%,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8.9%로 유보적 입장이 34%나 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난해에 비하면 긍정적 입장은 6.7%p 감소한 반면 유보적 입장은 8.6%p 늘어나 통일의 당위성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단이후 세대, 특히 1970, 1980년대까지 이르는 분단으로 인한 질곡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통일의 당위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남·북간 이질감 해소 및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통일운동의 기반조성을 위해 민간차원의 문화교류 및 인도적 지원 등 남북협력 및 교류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실제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평화 통일'을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아 한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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