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강정(江汀)마을은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30여국의 대표단을 초청하는 한편, 30여개외국함정(艦艇)들이 들어오게 됐다. 조그마한 해안마을이 천지개벽(天地開闢)과도 같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국내외에 알려진 '항만도시로서 위상'을 굳히게 됐다. 마치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짧은 기간에 도약(跳躍)'한 발전모습임으로, 주민들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온당하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신화를 남긴 섬"만 하더라도, 강정을 '해정마을로서 오인(誤認)'해왔다. 낯 서른 제주도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지역특성이 유별나 '문학소재로 활용'해왔을 뿐이다. '서귀포를 조금 지나자 남쪽으로 검은 해변을 따라,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해정(海井)마을이 있는데, 섬에서는 드물게 논농사가 가능해서인지, 한눈에도 활력과 윤기가 흘러 보이는 곳'이란 내용이다.

향후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미래를 예고(豫告)한 암시'로 다가오고 있다. 용수사정이 좋지 않은 화산암지역에서, 샘물을 앞세울 정도로 논농사에 주력하면서, 윤택하게 살아가는 마을로서 외지인에게, 비쳐진데 따른 것이다. 이럴 정도로 '가려진 상태에 놓인 것'이 강정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엄시대를 맞이하여 "제주민군(民軍)복합형관광미항"을 착공하면서부터 '국내외의 관심을 갖는 단계'로 도약하게 됐다. 

단기간에 보여준 '급격한 변화상'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적응(adjustment)과 부적응에서 오는 대립각'이며, 그것은 주민충돌로 이어지게 했다. 주민의식과 이해상관이 대립(對立)각을 세우게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착공과정에서 반대와 찬성으로 양분되고, 마을은 분열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부정적 현상은 다시, 외연(外延)확산되면서 '전국에 걸쳐 이목(耳目)'을 집중케 했다.

간과해서 안 될 점은 항만공사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국가사업이란 점이다. 개인보다는 지역, 지역보다는 국가로 이어지는 '상승(上乘)적 가치체계'에서, 어디에 우선할 것인지, 다시 검토할 때이다. 과거를 돌아봤어도 바다로 침입해오는 외적(外敵)을 방어하기 위해 '해안을 따라 환해장성(環海長城)'을 쌓으며, 지역과 국가적 당면과제에 우선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부담을 안겨주는 점'에서 부정적이더라도, 거시적(macro)관점에서 긍정적임으로 '수용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온당하다. 이와는 반대로 개인만을 앞세울 경우 '미시(微視)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럴 경우 상위개념인 지역과 국가는 뒤로 밀리면서, 존재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존재까지 설자리를 잃게 됨으로, 다중(多重)요소가 겹쳐진 기본골격마저 무너질 것이 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거시(巨視)적 관점'에 눈을 돌리는 일이야말로 '대의(大義)를 앞세우는 자세'와도 맞먹는다. 여기에다 국가는 '남방정책에 주력'하며, 동남아시아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해양진출을 위한 항만(seaport)조성과 더불어, 합당한 보상도 병행돼야하며 '남단(南端)에 위치한 강정'의 경우, 이런 요소들에 대한 합당한 수용이 필요하게 됐다. 이를 입증하듯, 명칭에서도 군사에 한정하지 않고, 민간이용과 관광으로 확대해왔다. 

제주도가 지향하는 것은 '국제관광지로 격상'하는데 있다. 그런 까닭에 늘어나는 관광객수송을 위해서, 크루즈(cruiser)항해는 필수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평화의 섬만'을 앞세운다면, 폐쇄(閉鎖)공간으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주민의 86%가 지지(支持)하는 단계로 전환하게 된 것도, 긍정적 변화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국제항만도시를 떠올리며, 강정마을도 이런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다단계의 계획수립'으로, 발전과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되도록 '다 같이 합심해서 노력'할 때인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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