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는 청정에서 온다. 청정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수십년이 걸리지만 망가지는 데는 순간이다. 최근 가축분뇨 무단유출, 액비의 과다살포 등, 일련의 이슈들이 청정성을 해치고 있다. 그럴 이유가 없다. 양돈으로 제주돼지의 맛이 좋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소문나 있다. 조수익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이런 일들이 지속가능한 영농으로 이어져 또 하나의 제주도의 브랜드가 된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이런 특성은 화산암반수에서 나오는 제주도의 좋은 물맛에 기인한다고 해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 없다. 물맛이 돼지고기의 맛에도 영향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수 함양지역인 중산간 일대의 초지에 액비가 과다 살포되고 오염을 유발한다면 더 이상의 공존은 어렵다.  

제주도는 표면이 화산재와 용암으로 덮여 있어서 투수성이 아주 높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44.5%의 지하수 함양율을 가진 지하수 생산 공장이다. 때문에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되지 않는다면 오염물이 빗물과 함께 지하수로 직행하게 되는 취약성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 액비 살포하겠다고 신고한 초지면적은 195㎢이다. 그 중 74㎢에 84만t의 부숙된 가축분뇨(액비)가 살포되고 있다. 이는 연간 질소량  113㎏/㏊로서 유럽에서 적용하고 있는 170㎏/㏊와 비교해도 많은 양은 아니다. 이처럼 평균의 개념이 적용될 만큼 74㎢에 골고루 뿌려진다면 액비살포로 인한 지하수의 오염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목초 생산성도 확보하고, 액비처리도 가능한 일종의 공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초지에서는 연간 500㎏/㏊ 이상의 질소가 뿌려지는 곳도 있다. 원래 목초가 자라는데 필요한 질소량은 연간 133㎏/㏊이면 족하다(돼지 1마리당 초지확보 기준으로 추정). 더구나 목초가 자라는 동안 살포한 것은 목초의 생산에 기여하지만 자라지 않는 시기에 뿌려지는 액비는 초과해 뿌려지는 질소와 마찬가지로 지하수 오염요인일 뿐이다. 

이젠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액비를 살포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료의 생산능력이 변변치 않을 때에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장려된 축산과 자원재순환의 액비살포가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액비의 처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워싱톤주의 조사 연구사례를 봐도 우리들과 꼭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가축사육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지하수오염이 수질기준 10㎎/L를 초과하고 있었고,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투수성이 높은 지역에 살포되는 가축분뇨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3중, 4중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벤치마킹해 봤다.  

먼저 초지가 액비처리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목초가 자리지 않는 시기에는 액비의 살포를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액비저장조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액비의 적정 살포량(133~170㎏/㏊)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년 2회 토양층에 남아있는 질소량을 측정해서 평가한다. 작물의 뿌리층 보다 깊은 곳에서 봄에는 16~30ppm, 가을에는 5~24ppm이하로 유지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초과할 경우 추가살포를 조정 또는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정 면적 이상의 액비살포지 하류에는 지하수 수질을 모니터링 해서 영향이 있다고 평가될 때는 액비살포를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누군가는 "비료가 없을 때, 가축의 분뇨를 비료의 대용으로 쓰기 위해 축산을 권장했기 때문에 오염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특별한 오염방지시설 없이도 가축은 사육될 수 있었다고 한다. 청정의 브랜드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이때에도 이러한 제안이 태클이라고 할 사람 있는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