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병역 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를 대상으로 군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국가대표로 뛰며 금메달을 따더라도 예외 없이 군에 가야 했다.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1981년 병역의무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됐다. 당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3위 이상 입상, 한국체육대학 졸업자 중 성적이 졸업 인원 상위 10%에 해당하면 병역 혜택이 주어졌다. 이후 제도 개선을 거쳐 1990년 4월부터 현재처럼 체육 분야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이상으로, 예술 분야는 국제대회 2위 이상 입상,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으로 혜택 대상을 줄였다. 이들 경우 공익근무요원으로 편입돼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은 뒤 특기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월드컵축구대회는 병역 혜택이 없다. 그럼에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 주역인 축구대표팀 23명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대표팀의 16강 진출 확정 이후 그해 6월 병역법을 고쳐 월드컵축구대회 16강 이상 진출때 특례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특혜 비난과 병역 이행의 형평성 문제로 2008년 삭제됐다.

올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중 병역특례 혜택자는 42명이다. 이 가운데 축구는 20명, 야구는 9명이다. 두 종목의 혜택자가 69%를 차지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선수들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 가운데 공정성과 형평성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대한체육회는 지금처럼 올림픽 동메달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처럼 한 번에 주는 혜택이 아닌 마일리지 개념을 검토하겠다며 병역 특례 제도 개선 노력을 시사했다.

병역 특례 제도가 '병역 기피 창구'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된다. 스포츠 그 자체가 아닌 유명 선수들의 군 면제 혜택이 더 도드라지는 상황도 제도 취지를 흐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으로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 국방 의무와 스포츠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대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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