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제가 '잔인한 9월'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경기 위축에 폭염·태풍 등이 보태지며 골목상권부터 흔들리고 있는가 하면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자금경색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4일 제주시 농협 하나로 마트 전경.

경기 위축에 폭염·태풍 등 계절 영향까지 "사드 때보다 더 위축"
자금경색 심각…골목·영세상인 특별보증 전년 규모 이미 넘어서

일반 매장을 운영했던 50대 가장 김상식씨(52·제주시 일도1동)는 얼마 전 자발적 실업자가 됐다. 6~8월 중 하루 매출이 채 5만원이 되지 않은 날이 부지기수였다. 날씨 탓에 재고는커녕 폐기로 인한 손실이 커졌고, 전기요금 등 운영비는 늘었다. 김씨는 "추석 대목까지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대로 라면 가게 문을 아예 닫는 것이 손해를 덜 보겠다 싶었다"며 "내년 복학 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고 울먹였다.

제주 경제가 '잔인한 9월'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경기 위축에 폭염·태풍 등이 보태지며 골목상권부터 흔들리고 있는가 하면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자금경색을 호소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는 물론이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충격파도 웃돈다는 위기감까지 표출되고 있다.

4일 제주도와 제주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신용보증 실적은 7058건, 1759억9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32건·1535억5600만원)과 비교해 건수는 19.0%, 금액은 14.6% 늘었다.

사드 위기가 덮쳤던 2016년 전체 보증실적이 7663건·1906억17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2017년 8175건·2088억4100만원 상당을 보증하며 전년 대비 건수는 6.7%, 금액으로는 9.6%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관광 등 서비스업이 가장 많이 흔들렸다. 지난해 8월말까지 906건·198억7500만원이던 보증실적이 올해 같은 기간 1224건(35.1%)·267억2000만원(34.4%)으로 급증했다.

건설업도 6660건·183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8월말 551건·164억5900만원과 비교해 힘든 사정을 반영했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민생경제 바로미터 업종들의 보증 요청도 줄을 이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영세상인의 어려움은 더했다. 제주 실정에 맞춰 특별 설계한 골목상권 해드림 특별보증의 올 8월말 실적은 1612건·321억2900만원으로 2017년 1553건·307억4000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제주 신보 관계자는 "최근 서귀포 지역 건설업을 중심으로 자금 요청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자금이 돌지 않은 상황이 오래되면서 업체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것보다 폐업을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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