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 수형 생존자들이 70년만에 다시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법원이 제주4·3 당시 군사재판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정당한 절차 없이 부당하게 이뤄진 군법회의에 희생된 4·3 수형 피해자들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3일 지난해 4·3 수형 생존자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안은 재판기록이 없는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로 관심을 모았다. 정부기록보존소의 수형인명부가 유일한 군법회의 자료였다. 하지만 법원은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당시 군법회의가 재심 청구인들의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구속영장이 확인되지 않고, 일부는 법정 구속기간을 초과해 구금되고 조사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가 인정돼 재심 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4·3 당시 군사재판으로 수감된 제주도민은 2530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영문도 모른 채 구속영장 없이 임의로 체포돼 재판절차도 없이 전국 형무소로 끌려갔다. 자신의 죄명과 형량도 형무소로 이송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수형인 상당수는 불순분자라는 이유로 사형되거나 행방불명됐다. 간신히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와도 전과자라는 낙인을 안고 사회적 냉대와 국가의 감시 속에 평생을 보내야 했다. 더욱이 자식과 손자까지 연좌제로 차별과 압박에 살아야 하는 등 고통의 세월이었다.

재심을 받는 4·3 수형 생존자들은 모두 80~90세를 넘은 고령이다. 재심 결정이 난만큼 조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 이들이 살아생전에 지난 70년의 한과 악몽을 씻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재심이 초사법적인 군사재판에 억울하게 희생된 모든 4·3 수형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제주4·3 완전해결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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